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설의 아바타가 돼라."
삼성 김인 전 대표이사는 11일 이,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야구단을 떠났다. 김 전 대표이사는 이임사에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전설의 아바타가 돼라." 김 전 대표이사는 '전설의 아바타'에 대해 "우리는 그 전설과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고, 같은 장소에서 밥을 먹고 땀을 흘린다"라며 "여러분 훈련의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왜 전설의 아바타 얘기를 꺼냈나
김 전 대표이사는 야구단을 떠나는 마당에 왜 '전설의 아바타' 얘기를 꺼냈을까. 삼성은 지난해 정규시즌 5연패에 성공했지만,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에는 실패했다. 결정적 원인은 역시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갑작스럽게 터졌던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이었다. 벌금형을 받고 약식 기소된 임창용은 방출됐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아직 경찰의 수사도 본격적으로 받지 못했다. 두 사람은 시무식에 끝내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은 세 사람의 공백으로 실질적인 전력 타격을 입었고,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팀 분위기와 흐름 장악도 실패했다.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은 삼성 마운드 핵심이었다. 하지만, 자기관리 실패로 한 순간에 명예를 잃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이사는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는 전설의 아바타에 대해 "프로는 자전거 페달을 쉬지 않고 돌려야 한다. 실력이라는 이름의 앞바퀴, 자기관리라는 이름의 뒷바퀴가 넘어질세라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전설로부터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며 이웃과 사회에 어떻게 베풀며 자신과의 투쟁에서 이겨나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전설의 아바타가 여러분 일상생활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의 아바타는 이승엽
김인 전 대표이사는 이임사에서 '전설의 아바타'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이사 이임사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승엽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작 이승엽은 "아직 전설 단계까지는 아니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훗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은 좋을 것 같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엽은 김 전 대표이사가 말한 '전설의 아바타'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여전히 국내 최고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고, 그 누구보다 연구와 노력을 많이 한다. 실제 이승엽은 "좋은 외국인투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타격 폼에 대해 연구해봐야 한다"라며 나이 마흔에도 현상 유지 대신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그 누구보다 깨끗하다. 술, 담배를 멀리하고, 청렴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수생활 내내 이렇다 할 스캔들 혹은 사회적으로 잡음을 일으켜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매년 청나래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고, 이승엽 야구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재능기부에 나섰다. 그렇게 프로 21시즌을 보냈다. 더구나 현재 저연차 선수들은 이승엽의 전성기 시절 맹활약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동경해왔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 이승엽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김 전 대표이사가 그들을 향해 '전설의 아바타'가 돼라고 하는 건 선수 자신과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 제시다.
▲구자욱의 미래
이승엽은 11일 시무식 후 취재진에게 잠깐 구자욱 얘기를 꺼냈다. 마침 바로 옆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승엽은 "자욱이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이 정도 외모에 그 정도 실력이면 겉멋이 들만도 한데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마음 그대로 유지하면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자욱은 삼성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5년 혜성처럼 등장했고, 빼어난 외모와 수준급 타격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결국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타자다. 그런 구자욱이 류중일 감독의 눈에 들었던 이유는 성실함이었다. 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그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했고, 훈련 성과를 실전서 보여줬다.
이승엽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나태해지거나 자만하면 안 된다. 지난해 좋은 성적은 잊어야 한다. 투수들이 더욱 집요하게 승부할 것이다. 그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본인도, 팀도 좋은 것"이라고 구자욱에게 충고했다. 이승엽의 말대로만 된다면, 구자욱은 삼성의 새로운 '전설의 아바타'로 거듭날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물론, 구자욱은 아직 갈 길이 먼 선수다.
[이승엽(위, 가운데), 이승엽과 구자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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