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오빠생각’은 조폭이 나오지도 않고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치닫지도 않는다. 저게 인간인가 싶을 정도의 파렴치한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한 감동을 안기고, 마음을 힐링시키며, 눈물샘이 고장 나게 만든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영화다.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 동료를 모두 잃은 군인 한상렬(임시완)은 전출 명령을 받아 부산으로 간다.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자신이 구해냈던 조 상사(이준혁)가 고아원 관리자로 자신을 추천했기 때문.
이후 어린이 합창단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하나의 합창단으로 묶이며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오빠생각’이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건 임시완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점. 자신의 두 번째 영화로 어느 새 스크린 주연까지 꿰찬 임시완은 드라마에서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자신이 한 작품을 무리 없이 끌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 임시완의 눈은 대사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감정들을 전달하는데, 전쟁의 한 복판에서 상처 받은 모습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강한 내면의 모습까지 다양한 한상렬의 모습들을 스크린 속에 풀어 놓는다.
고아성은 해맑은 박주미 역을 맡아 영화의 싱그러움을 더하고, 이 영화의 유일한 악역을 맡은 이희준은 가슴 아픈 시대 속 살기 위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갈고리 역에 처연함을 더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역배우들의 활약인데 특히 부모를 잃은 남매로 분한 동구 역의 정준원과 순이 역의 이레가 눈에 띈다. 이레는 섬세한 내면 연기로 더 이상 ‘아역배우’라는 틀에 더 이상 얽매여 있지 않음을 확실시 한다. 벌써부터 몇 년 후 성장한 이레의 모습이 기대된다. 정준원은 나이는 어리지만 묵직한 존재감과 폭발적 연기력을 선보이며 정준원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뇌리에 각인시킨다. 극 중 가장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이희준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유독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감독이 관객과 같은 감정선을 탄다는 것은 아쉽다. 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절제했다면 일각의 눈물 짜는 신파라는 평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오빠생각’이 올 겨울을 녹일 따뜻한 영화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는 21일 개봉.
[영화 ‘오빠생각’ 스틸.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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