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 외국선수 트로이 길렌워터가 뜨거운 감자다.
길렌워터의 빼어난 기량은 검증이 끝났다. 올 시즌 평균 26.5점으로 득점 선두다.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1대1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더블 팀 수비에는 화려한 페이크와 스핀무브로 여유 있게 대처한다. 슛 타이밍이 변칙적이다. 외곽슛 능력도 갖췄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50점도 넣을 수 있다"라고 했다.
▲길렌워터의 행동은 불손했다
그런데 길렌워터는 유독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선 지난해 11월 24일 모비스전 직후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 200만원을 냈다. 12월 5일 SK전서는 심판에게 돈을 세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300만원을 냈다. 12월 26일 동부전서는 퇴장 당한 뒤 벤치에 앉아 코트로 물병을 던졌다. 600만원을 냈다. 1월 20일 삼성전서는 퇴장과 동시에 심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테크니컬 파울을 동시에 받았다. 200만원을 냈다. 그리고 22일 KCC전서는 경기 도중 작전타임 때 SBS 스포츠 방송카메라에 수건을 던져 블랙아웃 사고를 냈다. 결국 2경기 출전금지 처분까지 받았다. 이밖에 수 차례 테크니컬파울에 대한 벌금을 냈던 것까지 감안하면 올 시즌 길렌워터는 약 1400~1500만원의 제재금을 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단 심판과 미디어를 향한 길렌워터의 행동들은 불손했다. 충분히 KBL 제재를 받을 만했다. 특히 22일 KCC전서 방송 카메라에 수건을 투척한 것도 엄연히 잘못이다. KBL 상벌규정 6조 1항에는 '매스컴 관계자에 대한 불손행위'에 대한 규정이 나와있다. LG 관계자는 "경기 후 방송 관계자가 큰일 났다고 하더라"며 당시 SBS스포츠 중계팀의 난처함을 설명했다.
길렌워터는 KCC전서 최근 거듭된 제재금을 의식한 듯 심판 콜을 최대한 수긍했다. 더구나 직전 20일 삼성전서 퍼스널 파울 4개, 테크니컬파울 2개까지 초유의 '6파울 퇴장'을 기록,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4쿼터 막판 작전타임 때 순간적으로 감정을 참지 못했다. 혹시 방송 카메라에 수건을 던지는 게 제재 대상인지 몰랐다면 그것도 자랑거리는 아니다.
▲길렌워터는 억울할 만했다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선 길렌워터가 심판들에게 소위 '찍혔다'라는 말이 나왔다. 판정 후 불손한 행동들이 심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진위를 파악하기 전에 길렌워터의 플레이와 심판들의 판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일 삼성전의 경우 5번째 반칙 상황은 애매했다. 경기종료 3분28초전.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RA 지역에서 길렌워터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길렌워터는 두 팔을 자신의 목 부근까지 들어 상체에 붙였다. 이후 라틀리프가 치고 들어오자 길렌워터는 가상의 실린더를 벗어나지 않은 채 힘으로 버텨냈다. 약 2초 후 라틀리프가 돌아서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공도 흘릴 뻔했다. 이때 길렌워터도 순간적으로 자세가 무너졌지만, 별 다른 접촉은 없었다. 이후 라틀리프는 곧바로 슛을 시도했고, 길렌워터는 두 팔을 높게 들고 수직 점프로 막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정상적인 수비 자세. 그러나 심판은 길렌워터의 수비자 파울을 선언했다. 몇몇 농구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파울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수비 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후 길렌워터는 5반칙 퇴장하면서 심판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
22일 KCC전 경기종료 1분16초전 수비자 파울도 다소 애매했다. 당시 77-76,1점 앞선 KCC의 1점 리드. 절체절명의 승부처였다. 우측 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안드레 에밋이 돌파를 시도했다. 이때 길렌워터가 팔을 들었는데, 수직이 아닌 약간 앞쪽으로 나와 에밋과 접촉할 뻔했다. 에밋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몸을 자연스럽게 붙이면서 길렌워터의 파울을 유도했다. 길렌워터의 팔이 에밋의 몸에 살짝 닿을락 말락 했지만, 파울이 지적됐다. 결국 에밋이 자유투 1개를 넣었고, KCC는 이후 흐름을 장악하며 승리까지 챙겼다. 길렌워터는 체념한 표정이었다. 이 역시 또 다른 관계자는 "파울을 불어도 되고, 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심판 재량이었다"라고 했다. 승부처에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파울 콜을 해야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투로 승부가 갈리며 김이 샜다는 말이 나왔다.
몇몇 농구관계자는 "올 시즌 유독 길렌워터에게 억울한 파울 콜이 많다. 심판들이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해도 길렌워터에게 박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즉, 길렌워터가 수비할 때는 실린더 내에서 조금의 접촉이라도 수비자 파울을 지적 받는 대신, 공격할 때 상대 수비자의 파울은 잘 지적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길렌워터에겐 더블 팀과 도움 수비가 기본이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선 로테이션이나 리커버리도 포기하고 육탄방어를 한다. 파울성 플레이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물론, 명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길렌워터가 엄지손가락을 세우거나 물병을 던졌던 건 그만큼 심판에게 쌓인 게 많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장의 아쉬움
올 시즌 현장의 KBL 심판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KBL은 시즌 전 WKBL과 합동 트라이아웃을 통해 심판진 일부를 교체했다. FIBA 관계자까지 초청, 연차가 아닌 능력 중심으로 심판조직을 재편했다. 그 결과 오심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몇몇 심판들이 옷을 벗었고, 경험이 적은 심판들이 대거 유입됐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우려했던 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판들이 경험이 부족해서 실전서 실수를 하는 게 보인다. 비디오 판독 횟수를 더 늘려야 한다"라고 했다. 손쉬운 터치아웃 오심부터 승부처 파울 콜까지 오심성 판정이 많다. 심지어 일부 심판은 비디오 판독에 의존, 개개인 능력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KBL 심판들은 대인마크 시 가상의 실린더 규정(자신의 실린더를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자신의 실린더 내에서는 그 누구와 부딪혀도 자신의 파울이 아니다. 반면 상대의 실린더를 침범해서 접촉할 경우 파울이다)에 대한 파울 콜 기준이 각자 너무 다르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심판 개개인의 파울 콜 기준이 바뀐다는 말도 있다.
FIBA 규정상 주장 외에는 심판에게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다. 결국 감독과 선수는 오락가락한 파울 콜에 대해 최소한의 판정 설명 요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한 지도자는 "일부 심판들은 권위적이다. 눈을 마주치고도 못 본 척 한다. 항의를 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설명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결국 의사소통이 끊기고, 현장과 심판진의 불신은 커진다. 길렌워터도 이런 점에서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한다. KBL의 기준 없는 판정 콜, 특히 몸싸움을 인정하지 않고 작은 접촉에도 파울로 간주하는 부분들은 결국 국제대회서의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2014년 농구월드컵이 그랬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그랬다. 한국은 상대 국가들의 엄청난 범핑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가 없었다. 국내에선 작은 접촉도 파울로 간주되니 국제대회의 극심한 몸싸움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길렌워터는 분명 불손한 행동을 많이 했다.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길렌워터가 왜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길렌워터는 2014-2015시즌 오리온 시절에 이 정도의 기행을 일삼지는 않았다.
[길렌워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