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에서 완벽한 전술은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포메이션과 전술이 존재하는 건 그래서다. 다이아몬드(diamond) 형태의 미드필더를 사용하는 4-4-2 포메이션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다이아몬드가 항상 아름답진 않다.
#다이아몬드 전술 역사
다이아몬드 전술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런 가운데 영국의 축구전술전문가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브라질 플라멩고((Flamengo)가 최초로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를 의도적으로 사용한 팀이라고 주장했다. 이기는 것보다 재미를 추구하던 남미에선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W-M 포메이션에 의문을 가졌다. 수비 후 역습을 취하는 실용적인 태도를 거부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플라멩고를 이끌었던 플라비우 코스타 감독은 W-M 포메이션이 가진 장점에 대한 확신을 가졌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중앙의 사각형 미드필더를 대각선으로 틀어 마름모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다이아몬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4-2-4 포메이션이 유행한 1960년대에는 수비적인 보호를 위해 한 명의 미드필더를 백포(back four: 4인수비) 앞에 뒀다. 그리고 전방의 포워드도 뒤로 내려오면서 다이아몬드 형태를 보였다. 동시대 잉글랜드에 1996년 월드컵 우승컵을 안긴 알프 램지(4-1-3-2), 압박 축구의 창시자인 빅토르 마슬로프(4-3-1-2) 등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전술은 남미에서 제법 인기를 끈 반면 유럽에선 금세 다른 포메이션으로 대체됐다.
#카를로 안첼로티
다이아몬드 4-4-2로 알려진 4-3-1-2 포메이션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은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끌었던 AC밀란이다. 당시 안첼로티는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백포(back four:4인 수비) 앞에 ‘레지스타’ 일명 후방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젠나로 가투소, 클라렌스 세도르프(혹은 마시모 암브로시니)를 배치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상단 꼭짓점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루이스 코스타(또는 카카)가 10번(공격형 미드필더)을 수행했다.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는 전문 윙어의 부재로 측면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첼로티의 밀란은 가투소, 암브로시니 등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로 이를 가렸다. 여기에 사실상 윙포워드에 가까웠던 브라질 출신의 카푸, 세르징요의 오버래핑으로 측면의 약점을 상쇄했다.
#4-3-1-2vs4-1-3-2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는 신태용호는 숫자로 볼 때 ‘4-3-1-2’보다 ‘4-1-3-2 혹은 4-1-4-1’에 가깝다.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보다 10번 유형의 공격형 미드필더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전문 윙어보다 류승우, 권창훈, 문창진, 김승준 등 창조자를 동시에 활용하기 위한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후방에 한 명 뿐인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이다. 앞의 ‘3’에 해당하는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적고 공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 위치에서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내준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 이라크를 상대로 문제점을 노출한 바 있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밀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밀란은 박스투박스 스타일의 ‘6번’ 또는 ‘8번’ 미드필더가 수비형 미드필더 근처에 자리했지만 신태용호는 3명의 ‘10번’이 앞으로 전진한다. 수비적인 약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선발 명단
이라크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주전이 대거 선발로 복귀했다. 황희찬의 파트너로 류승우가 나섰고 문창진, 권창훈, 이창민이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 위에 자리했다. 수비는 왼쪽부터 심상민, 송주훈, 연제민, 이슬찬이 맡았다. 골문은 감기 몸살로 결장한 김동준 대신 구성윤이 지켰다. 포메이션은 신태용 감독의 플랜A인 다이아몬드 4-4-2였다.
#전반전
전반전은 한국이 지배했다. 점유율에서 61vs39였고 슈팅 숫자도 12vs3이었다. 경기 흐름은 5-0 대승을 거뒀던 예멘전과 비슷할 정도였다. 모든 게 잘 됐다. 템포는 빨랐고 압박도 좋았다. 선수들간의 간격도 좁게 유지되면서 패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았다. 그로인해 공의 소유를 잃어도 빨리 되찾을 수 있었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잘 이뤄졌다. 실제로 요르단은 한국의 측면 크로스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초반 권창훈의 헤딩은 아쉽게 빗나갔고 문창진의 선제골도 측면으로 이동한 권창훈의 크로스로부터 비롯됐다.
수비적으로 나선 요르단의 자세도 한 몫을 했다. 요르단은 의도적으로 수비라인을 내린 뒤 압박의 강도를 낮췄다. 수비와 중원 사이의 간격을 좁혀 한국의 다이아몬드 미드필더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전방 투톱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부정확한 롱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박용우의 도움을 받은 연제민과 송주훈이 두 명의 공격수를 막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후반전
후반전은 180도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단계적으로 문제점이 속출했다. 전반에 불안했던 골키퍼 구성윤의 킥은 후반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전방에서 공 소유에 힘을 보탰던 황희찬은 부상으로 후반 10분 김현과 교체됐다. 그리고 190cm에 육박하는 김현은 경기 내내 측면으로만 겉돌았다. 체력저하도 눈에 띄었다. 경합을 쉽게 이겨냈던 전반과 달리 공을 빼앗기는 횟수가 늘어났다. 드리블 성공률도 덩달아 낮아졌다. 동시에 요르단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팀 전체의 라인이 올라오면서 템포와 압박이 빨라졌다. 한국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요르단의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여기에 수비에 치중했던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에산 하다드와 아흐마드 히샴이 중앙으로 자주 이동하면서 박용우가 혼자 있는 지역을 공략했다. 오프사이드 오심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다이아몬드 전술의 가장 큰 약점은 측면이다. 측면 미드필더를 좁게 유지하기 때문에 상대 풀백의 전진을 막기 어렵다. 기성용이 뛰고 있는 스완지시티에선 투톱으로 선 안드레 아예우와 웨인 라우틀리지가 수비시에 측면으로 넓게 포진해 이 부분을 해결하고 있지만, 신태용호는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드필더를 일자로 나열해 4-4-2를 사용한 요르단은 후반에 풀백을 높이 전진시키며 한국의 수비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때부터 문창진, 권창훈, 이창민이 커버해야 할 수비지역이 늘어났고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 또한 공을 탈취해도 요르단 골문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은 이에 대해 “전반전에는 선수들이 감독이 원하는 전술과 전략을 잘 이행해줬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들어가자마자 요르단이 강하게 밀어 붙였다. 이에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넘어가면서 더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다수의 창조자를 배치한 다이아몬드 전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용우에게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한 명의 홀딩(holding) 미드필더를 밀고 간 선택은 다소 위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황기욱이 투입된 건 후반 44분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아름답다. 하지만 항상 아름답진 않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PBBNEWS,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