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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김선영이 테이블 앞에 앉아 머리카락 끝을 쓸어내리며 이른 아침의 햇살을 받고 있었다. 모처럼 단장한 그의 모습에서 도도하고 섹시한 매력이 풍겼다. 뽀글이 가발을 벗은 김선영을 결국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마치고 여유롭게 포상휴가까지 다녀온 김선영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응답하라' 시리즈요? 대박 난 드라마라 봤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작품 미팅을 많이 하니까 회사에서 오디션 하나 찔러 넣은 줄 알고 갔는데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가 저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게 웬 떡이냐고 생각했었죠. 감독, 작가 비롯해 제작진들이 있었는데 시골 회의 느낌 같았어요. 노인은 아니고 청년회 모임 같은 분위기요."
극중 주부인 김선영은 골목 아줌마들 중 막내. 경상도 사투리로 억센 인상을 풍기던 것과 달리 눈물도 많고 애교도 많은 천생여자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오지라퍼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선우(고경표)와 진주(김설)을 키웠다. 치명적 단점은 최악의 요리 실력이다.
"(김선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 이야기 많이 들어주셨고, 실제 모습을 많이 반영해 주신 것 같아요. 관찰도 하시고요. 초반 몇 회 차 동안은 헷갈리더라고요. 인물 공부를 했는데 극중 선영과 실제 모습이 너무도 닮게 그려졌어요. 잘 웃고, 우는데 어느 순간 지금 제가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다만 요리 실력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극 중 엄마 선영이 싸준 도시락을 친구과 나눠 먹었던 선우는 "너는 살찔 일 없겠다"라며 동정을 받았던 바. 김선영은 "음식을 빨리해요. 동시에 두 개도 할 수 있어요. 맛은? 나만 맛있으면 되죠. 딸은 어릴 때부터 내 입맛에 길들여져 있고, 남편은 다 잘 먹어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정신없이 촬영했고 반응을 살필 새도 없었다. 가발 벗은 김선영을 거리에서 알아봐 준 사람들의 수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켜 자신을 알리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화장한 모습도 잘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주변에서 웅성거리니까 군밤장수가 '누구냐? 누군데?'라고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모르면 됐다'고 버럭했죠."
김선영은 누군가의 엄마, 이웃 또 여자로 살면서 가장 많은 분량을 누렸다. 여러 에피소드에 엮이면서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다. 사실 장면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극중 여주인공보다 더 잘 나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렀다.
"제가 컴맹이에요. 매니저가 댓글 보는 법을 알려줘 조금 봤는데 '선우 엄마 많이 나와서 불만이다' '이런 연기 아침드라마 보면 나온다' 등의 내용을 보게 됐죠. 상처를 떠나서 연기에 방해가 될 것 같더라고요. 한편으론 댓글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지도이니 좋게 생각하기도 했고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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