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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볼만하다."
FIBA(국제농구연맹)가 27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녀농구 최종예선 방식과 조편성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최종예선(6월 13일~19일, 프랑스 낭트)에 오른 여자농구대표팀의 조편성에 관심이 모였다. (남자농구대표팀은 최종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조편성 결과는 나쁘지 않다. 한국은 벨라루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A조에 쿠바, 뉴질랜드, 프랑스, B조에 카메룬, 터키, 아르헨티나, D조에는 베네수엘라, 스페인, 중국이 들어갔다. 조별리그 1위와 2위가 8강전에 진출한다. C조 1위를 차지하면 D조 2위, C조 2위를 차지하면 D조 1위와 격돌한다. 8강전서 승리한 4개국이 최종예선 티켓을 가져간다. 패배한 4개국 중 5위 결정전을 통해 막차 티켓을 얻을 1개 국가를 결정한다.
▲준비된 게 없다
12개 국가 중 5개 국가에 리우행 티켓이 주어진다. 더구나 한국과 한 조에 편성된 벨라루스, 나이지리아는 해볼만한 상대다. 벨라루스는 FIBA 랭킹 10위로 12위의 한국보다 높다. 베이징올림픽 조별리그서 패배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유럽 최강 전력은 아니다. 여자농구에서 아프리카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다른 대륙 국가들보다 수월한 게 사실이다. 8강전서 맞붙을 D조 팀들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단판승부는 또 모른다. 많은 농구관계자는 벌써부터 "해볼만하다"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한국 여자농구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유망주 씨앗이 말라가고 있고, 간판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하다. 이런 상황서 조금씩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데, 자연스럽게 전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동반됐다. 한국은 2015년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서 중국, 일본과 큰 전력 차이를 확인했다. 아시아에서도 3인자로 밀려났는데, 더 강한 상대가 즐비한 최종예선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결국 한국이 자체적으로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국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게 하나도 없다. 대표팀 감독 선임원칙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훈련 스케줄과 평가전 일정 등도 잡히지 않았다. 상대분석도 당연히 전무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조편성이 진행된 스위스 취리히 FIBA 본부에 직원들도 제대로 파견하지 않았다. 즉, 지금 한국여자농구는 최종예선서 싸울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다.
▲세 가지 고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전국농구연합회와의 통합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여자대표팀 최종예선 준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협회 내부적으로 지난 3년간 대표팀을 맡았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에게 다시 한번 지휘봉을 맡긴다는 계획만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 문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전임감독제-프로감독 겸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홈&어웨이 시스템이 도입되는 남자농구와는 달리 여자농구는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는 논리가 농구계 내부에 만연하다. 하지만, 이는 1차적인 접근이다. 한 농구관계자에 따르면, FIBA는 여자농구도 1~2년 뒤 아시아선수권 홈&어웨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전임감독이 필요하다. 대표팀에만 전담하고 헌신하는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있어야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 장기적 플랜 수립이 용이하다. 국제대회가 없을 때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여자농구의 경쟁력 향상, 대표팀 관리 시스템을 공고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은 국제대회가 없을 때 이뤄져야 한다. 물론, 예산이 부족한 협회로선 급여문제가 고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구단들이 조금씩 고통 분담할 수도 있는 문제다. 또다른 농구관계자는 "무작정 여자농구는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라고 걱정스러워했다.
또 하나는 훈련 스케줄. 대회는 6월인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3월 말에 끝난다. 녹초가 된 각 팀 주전들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최종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방열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4월까지 푹 쉬고 5월부터 훈련을 시작했으면 한다. 미리 유럽에 가서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들과 평가전을 갖는 것도 방법"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4월부터 합숙하면서 조직력을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구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최상의 훈련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지막으로는 멤버구성. 임영희를 제외하면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대거 제외됐던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멤버 위주로 짤 것인지, 베테랑들이 모두 포함됐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위주로 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자농구 미래를 위해선 당연히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멤버 위주로 가는 게 맞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표팀 관리의 체계적 시스템이 없는 상황서 젊은 선수들 위주로 멤버를 짜면 올림픽 출전에 실패할 경우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여자농구는 돈 벌이가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목적이 사실상 국위선양이다. 대표팀 성적에 따라 팬들의 인기와 관심이 크게 달라진다. 올림픽이라면 베테랑들을 불러서 제대로 부딪혀서 성적을 낼 때 얻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부분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15년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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