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실상 2파전이다.
두산의 5선발 경쟁. 노경은과 허준혁으로 압축된 듯하다. 김태형 감독은 8일 KT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노경은을 선발투수로 기용했고, 9일 경기서는 허준혁을 선발로 내세운다. 김 감독도 두 사람의 경합을 부인하지 않았다. 시범경기를 통해 5선발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외에도 진야곱과 이현호가 선발로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미야자키에서 진야곱을 단 한번도 선발로 쓰지 않았다. 미야자키에선 썩 좋지 않았으나 KT와의 개막전서는 마지막 투수로 등판, 2이닝 무실점으로 좋았다. 이현호는 미야자키 연습경기 3경기 중 1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신뢰 받는 노경은
노경은은 미야자키에서 3경기 중 1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7.71. 직구 최고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7이닝 동안 삼진을 7개 잡았고 볼넷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러나 피안타도 8개였고 그 중 2개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KT와의 시범경기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3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볼넷 3실점했다. 김상현에게 내준 2개의 홈런 외에는 그렇게 나쁜 피칭이 아니었다. 다만 1회 김상현에게 맞은 선제 투런포는 사실상 실투였다. 3회 솔로포의 경우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잘 파고 들었으나 김상현의 대처가 워낙 좋았다.
결론적으로 노경은의 구위는 좋다. 김 감독은 "경은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캠프에서 준비를 잘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다만, 실투성 투구가 적지 않아 결과적으로 깔끔한 피칭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투는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한다. 포수와의 볼 배합 패턴을 점검하거나 제구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방법밖에 없다. 어쨌든 김 감독은 노경은을 5선발 최적임자로 보고 있다.
▲허준혁의 반전
허준혁은 지난해 16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57로 좋았다. 시즌 중반 더스틴 니퍼트의 대체선발로 투입된 뒤 한동안 맹활약했다.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볼은 느렸지만, 제구력으로 승부했다. 그러나 선발 경험이 부족해 시즌 막판 상대에 분석을 당하고 제구가 흔들리자 더 이상 회복하지 못했다.
공이 빠르지 않고 몸을 빨리 푸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문 불펜요원으로는 어울리지 않다는 게 김 감독 판단이었다. 결국 허준혁은 준플레이오프에는 아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미야자키에서 절치부심했다. 연습경기서 3경기 등판(2경기 선발)했다. 8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안타 4개를 맞았으나 삼진 7개를 잡아냈다. 피안타율 0.154에 WHIP는 0.75. 김 감독은 다시 허준혁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야자키에선 허준혁이 준비가 잘 된 상태였고, 일본 타자들은 허준혁을 잘 몰랐다. 때문에 9일 KT전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길 경우 5선발 경쟁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시범경기서 지난해 상대했던 국내타자들을 다시 압도한다면 허준혁의 진화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변수는
김 감독이 5선발로 사실상 노경은을 선호하는 건 맞다. 하지만, 변수가 존재한다. 허준혁의 페이스가 좋다면 허준혁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옳다. 그는 사실상 선발만 가능하다. 반면 노경은은 선발과 구원을 오갈 수 있다. (물론 선발에 좀 더 적합하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다)
외부변수도 있다. 김강률, 성영훈, 윤명준 등 부상 재활자들의 행보. 이들 모두 우완 불펜이다. 1군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춘다면 굳이 노경은을 불펜에서 쓸 이유는 없다. 세 사람 중에선 김강률의 페이스가 가장 빠르다. 미야자키에선 1경기에 등판,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했다. 직구최고구속은 150km. 15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김강률의 페이스가 올라오면 두산 불펜의 짜임새도 더해진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서는 선발요원들이 동시에 투입될 때도 있고, 1명씩 차례로 나갈 때도 있을 것이다. 불펜 투수들을 좀 더 테스트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결국 5선발과 불펜 필승계투조 구축은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노경은과 허준혁의 5선발 경쟁 결말은 현 시점에선 예측하기가 어렵다.
[노경은(위), 허준혁(가운데), 김강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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