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는 대중에게 평가 받는 직업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쓴 소리는 배우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항상 변화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기 때문. 그래서 배우 백성현도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백성현의 첫 뮤지컬 도전작은 뮤지컬 ‘로맨틱 머슬’. ‘머슬러’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열정을 재기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창작 뮤지컬이다. 극 중 백성현은 머슬러 출신으로 카리스마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이탈리아 레스토랑 셰프 강준수 역을 맡았다.
백성현은 앞서 연극 ‘순이 삼촌’, ‘연애의 정석’을 통해 무대 경험을 마쳤다. 그러나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 “솔직히 너무 뮤지컬이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백성현은 첫 뮤지컬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예전에 뮤지컬 오디션에 한 번 떨어진 적이 있어요. 하고 싶다는 생각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 이후로 정말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다른 것 보지 말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번 뮤지컬 오디션은 회사에 얘기도 안 하고 무작정 보러 갔어요. 합격하고 나서야 연락을 드렸죠. 그 정도로 뮤지컬이 하고 싶었어요.”
앞서 연극을 통해 무대를 경험했기에 뮤지컬 무대에 대한 갈망은 더 컸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부분이 강한 연극과 보컬적인 면도 강해야 하는 뮤지컬은 또 달랐다. 백성현은 “뮤지컬은 아예 다른 장르처럼 느껴지더라”고 운을 뗐다.
“연극은 제가 그래도 드라마적으로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나름 자신감이 있었고 연습하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뮤지컬은 가수, 댄서처럼 아예 다른 장르로 느껴졌죠. 그래서 더 망설이고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뮤지컬을 워낙 많이 봐왔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었어요. 황정민 선배님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펑펑 울면서 ‘진짜 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감동 받았고 그 때 이후로 도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보컬 레슨도 따로 받아야 하고, 회사와의 관계도 있었다. 주업이 매체 연기이기 때문에 쉽게 무대로 발을 돌릴 수는 없었다. 언제쯤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에게 뮤지컬은 우연한 기회로 찾아왔다.
“자주는 아니지만 보컬 레슨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컬 선생님이 ‘로맨틱 머슬’ 오디션이 있다고 소개해 주셨죠. 신기하게 연이 닿았고,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뮤지컬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 연극 ‘순이삼촌’ 할 때 조정민 선배님과 함께 했는데 남편분이 연출님이라고 하셨거든요. 그 분이 바로 ‘로맨틱 머슬’ 김진만 연출님이었어요. 연출님은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모이게 했다’고 말씀 하실 정도예요.(웃음) 그만큼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기회가 됐어요.”
무작정 뮤지컬 오디션을 본 그에게 소속사 식구들 역시 응원을 보냈다. 백성현이 지금 당장의 인기를 추구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을 바라는 소속사 식구들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다.
“4~5년 전 처음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되는 것은 다르니까 제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 하는 일 역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내가 힘들어도 다양하게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후회되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뭔가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렇다면 새로운 도전, 뮤지컬 첫 연습은 어땠을까. 백성현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여긴 뭔가 다른 것 같더라”며 “열정이 넘치고 완벽하게 준비하는 배우들을 보며 반성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뮤지컬배우로서 잠재력을 보고 캐스팅을 해주신 거니까 열정을 갖고 연습에 참여하고 있어요. 열정대비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긴 해요. 그래서 스케줄을 다 빼고 연습 중이에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도전해보고 싶어요. 언젠가 할 수만 있다면 연극과 뮤지컬을 드라마, 영화와 함께 병행하고 싶어요.”
백성현은 ‘로맨틱 머슬’에서 연기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보컬 연습부터 시작해 머슬을 다루는 뮤지컬이다 보니 몸관리까지 해야 하는 것. “체력이 안 좋다고 생각한적이 없는데 많이 힘들더라”고 고백한 그는 “그래도 생각했던 단계들에 맞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뮤지컬을 해보지 않아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연습 시작하자마자 보컬 레슨을 다시 받았죠. 뮤지컬 넘버는 일반 노래와 또 다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사같이 노래하게 돼서 음정이 불안해지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성대 결절이 세 번 정도 와서 소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는데 뮤지컬 하면서도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보컬적인 부분에서는 (이)창민 형, (이)현이 형, 같이 하는 최동호 형, 음악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실전적인 노하우는 (김)보강이 형이 많이 알려주셨어요.”
보컬과 함께 몸 관리도 혹독하게 하고 있다. 식단관리는 물론 기본적으로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살이 잘 빠지는 편이라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식단 관리와 운동을 통해 공연 시작 후에는 탄탄한 몸을 드러내려 한다.
“사람의 기운을 믿는데 걱정인건 살이 빠져서 기운 없어 보이진 않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뮤지컬은 종합예술이잖아요. 최선을 다 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놔야죠. 퍼포먼스도 그냥 안무가 아니라 에너지를 다 쏟아요. 온 배우가 에너지를 바친 그 시간이 절대로 헛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다른 걱정, 고민 다 없애고 저희 에너지를 받아만 가도 재미있게 즐기다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백성현이 자신의 강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 그는 “강준수 캐릭터가 워낙 깔끔하고 멋있어서 여심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사가 많지 않아서 감정의 깊이를 뽑아내야 해요. 후반부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대사를 하면서 어느 포인트에서 어떤 걸 강조하고 어디에 감정을 실어야 할지 세세하게 디테일을 잡는 편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인물의 베이스가 제일 중요하죠. 그런 부분을 조율하고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지 연구하고 있어요. 변해가는 모습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죠. 강준수 캐릭터가 되게 좋아요. 임팩트가 있고 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많은 여성분들이 ‘아, 강준수 멋있다. 저런 남자 만나고 싶다. 저런 남자 사랑 할래’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자극할만한 연기를 하려고 해요.”
무대 연기를 통해 백성현은 좀 더 성장했다. “신기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신기한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기에 도전을 멈출 수가 없다.
“이번에 뮤지컬을 하고나면 어떤 평가가 있겠죠? 두렵고 떨리긴 해요. 하지만 하는 김에 더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평소 작품을 대할 때 진지한 편이거든요.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아요. 매번 작품을 통해 최고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돈 받고 연기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으려면 그만큼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재밌어지고 있어요. 뭔가 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였을 때가 있었는데 이젠 즐겁답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20대 후반이 되면서 백성현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사는게 쉽지 않은 거구나”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생각이 많아요.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며 “항상 도전, 도전 하는데 그렇다고 항상 꿈만 쫓을 수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현실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많은 고민이 있지만 이제 연기가 즐거워진 만큼 지금은 뮤지컬 도전을 통해 저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인데 항상 새로운 모습을 통해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로맨틱 머슬’은 누가 봐도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소재도 참신하고 퍼포먼스, 넘버도 좋아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정확해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한편 뮤지컬 ‘로맨틱 머슬’은 오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백성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