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영국의 축구전술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Michael Cox)는 “유로2016이 공격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1골에 만족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0골로 대회를 마쳤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해리 케인은 무득점 끝에 아이슬란드의 희생양이 됐다. 또 이번 대회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시원한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공격수 가뭄은 진짜다.
하지만 프랑스는 예외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제외된 카림 벤제마는 잊혀진 지 오래다. 야유로 대회를 시작했던 올리비에 지루는 아이슬란드전에서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진짜9번:정통스트라이커’으로 분류되는 지루는 토너먼트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선 아일랜드전에선 앙투안 그리즈만의 결승골을 도왔고 이날은 혼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골, 연계, 제공권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선발 명단
디디에 데샹 감독은 경고누적으로 제외된 은골로 캉테와 아딜 라미의 공백을 무사 시소코와 사무엘 움티티로 대체했다. 확실히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선수 운용 폭이 크다. 물론 그로인해 대회 초반 베스트11 구성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몸에 맞는 옷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전은 선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전반에만 4골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거의 매 경기 후반에 작전을 수정했다. 일종의 시행착오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리즈만은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과잉에 가까웠던 중앙 미드필더 숫자는 3명에서 2명(폴 포그바와 블레이즈 마투이디)으로 줄었다. ⓒ그리고 마투이디와 포그바 역시 자신들이 편하게 느끼는 자리에 배치됐다. 답을 찾은 데샹이다.
공동 감독인 라르스 라거백과 하이미르 함그림손은 5경기 연속 같은 선발을 내세웠다.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조직력이 강점인 아이슬란드에겐 당연한 선택이다. 최전방에 골베인 시그도르손과 욘 다니 보드바르손이 포진한 4-4-2 포메이션이었다.
#올리비에 지루
프랑스의 조별리그 최고 선수가 디미트리 파예였다면, 토너먼트는 당연히 지루다.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지루는 9번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2개의 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스트라이커에게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 대회에서 공격수들이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루의 결정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제공권이다. 카리 아나손과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은 호날두와 케인을 무득점으로 막아낸 수비수다. 하지만 192cm 지루는 아이슬란드 센터백과의 경합에서 완승을 거뒀다. 그는 4번의 공격지역 헤딩 경합에서 모두 공을 따냈다. 이 중 3개가 페널티박스 안이었다. 파예 3번째 골도 지루의 머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루가 더 대단한 건 연계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9번이지만, 전방에만 머무는 과거의 스트라이커와는 다르다.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마치 플레이메이커처럼 패스를 연결한다. 전반 44분이 대표적이다. 포그바가 깊숙한 위치로 내려와 전방의 지루를 향해 전진패스를 찔러줬다. 이때 지루는 동시에 돌아들어가는 그리즈만에게 완벽한 패스를 전달했다. 아이슬란드 센터백을 유인했고 공의 스피드를 그대로 살렸다. 10점 만점이다.
#스로인 전술
잉글랜드를 침몰시킨 아이슬란드의 스로인 전술은 이날도 계속됐다. 하지만 너무 많이 노출된 것이 문제였다. 느슨했던 잉글랜드와 달리 프랑스는 스로인 전술에 완벽히 대응했다. 공의 낙하지점을 미리 읽었고 머리에 맞추려는 선수를 맨마킹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공격보다 수비였다. 간격 유지에 실패한 아이슬란드 4-4-2는 프랑스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했다. 체력 저하 때문이다. 아무리 체력 훈련을 잘해도 단일 대회에서 5경기 연속 같은 선발로 뛰는 건 쉽지 않다. 체력이 떨어지면 발이 느려지고, 발이 느려지면 활동량이 줄면서 조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얇은 스쿼드의 약점이다.
#앙투안 그리즈만
그리즈만이 4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대회 초반 측면에서 방황했던 그리즈만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처진 공격수) 이동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경기력을 재현하고 있다. 기록이 말해준다. 측면에서 뛰었던 조별리그 3경기에서 그리즈만은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중앙으로 이동한 아일랜드전 이후 3골을 터트렸다. 팀 전체로 확대하면 더 명확하다. 프랑스는 그리즈만의 중앙 배치 후 135분 동안 7골을 넣었다.
#사무엘 움티티
바르셀로나 이적이 유력한 움티티는 라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눈에 띄는 기록은 패스성공률이다. 76개의 패스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100%다. 물론 마츠 훔멜스 혹은 제롬 보아텡처럼 전방으로 뿌리는 도전적인 패스가 부족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센터백이 패스를 100% 성공하긴 쉽지 않다. 수비적인 능력도 좋았다. 1개의 태클과 3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수비수다.
#셋이냐 둘이냐
프랑스 전술은 크게 4-3-3과 4-2-3-1로 나뉜다. 중앙에 몇 명의 미드필더를 두느냐에 따라 시스템이 달라진다. 그동안 데샹 감독은 3명을 선호했다. 포그바, 마투이디와 함께 캉테를 세웠다.(혹은 요한 카바예) 하지만 프랑스는 중앙에 2명을 배치할 때 더 효과적인 전술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리즈만의 중앙 배치와도 관계가 있다. 미드필더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여야 측면 윙어(킹슬리 코망 혹은 시소코)가 추가되고 그리즈만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 상대가 독일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프랑스가 경기 전체를 주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3명을 두면 항상 잉여자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독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독일전이야 말로 포그바-마투이디-캉테로 이어지는 ‘역삼각형 중원’을 가동해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데샹의 선택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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