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태술이 형 대학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올 시즌 대학농구에는 한양대 1학년 가드 유현준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물포고에서도 이름을 날렸고, 한양대에서도 입학하자마자 단숨에 주전 포인트가드를 꿰찼다. 대학리그 신인왕 후보 1순위다. 경기당 3.54개의 어시스트로 3위.
신장은 181cm다. 크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것도 아니다. 몸이 빈약하지도 않다. 몸무게는 78kg인데, 웨이트트레이닝을 적절히 한 몸이다. 현재 프로와 대학을 막론하고 지도자들,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서 "물건이다"라는 말이 오간다. 대학리그는 물론, 프로구단들과의 연습경기서도 펄펄 날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전자랜드와의 프로아마최강전 1회전. 말로만 듣던 유현준을 직접 지켜봤다. 역시 좋은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관계자들, 지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숙제도 적지 않다.
▲가능성
유현준의 최대 장점은 패스다. 전자랜드 박찬희는 "(김)태술이 형 대학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패스를) 줄 때, 주지 말아야 할 때를 알고 있다. 태술이 형이 대학 때 딱 그렇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승현이 한창 잘 할 때보다 폭발력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라고 극찬했다.
자세히 보면 유현준은 드리블, 패스를 할 때 양손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한 손을 사용하는 것보다 수비수를 제치기가 용이하다. 수비수 입장에선 유현준의 넥스트 플레이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유현준은 이를 바탕으로 급하지 않게 코트 곳곳을 살피고, 패스 타이밍을 잡아냈다.
패스가 나가야 할 때 그쪽으로 꼭 나갔다. 특히 빅맨 한준영과의 2대2는 인상적이었다. 한준영에게 입맛에 맞는 패스를 잘 찔러줬다. 비어있는 곳에 쭉쭉 찔러주는 패스도 시원스러웠다. 현재 대학은 물론, 프로에서도 유현준 만큼의 패스센스를 갖춘 가드가 많지 않다. 돌파력, 속공전개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숙제들
유현준은 33분57초간 7점 4어시스트 4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력만 놓고 보면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포인트가드에게 패스력이 중요하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띈 부분이 거의 없었다. 한양대는 전자랜드에 62-100으로 대패했다. 이 과정에서 유현준이 직접적으로 승부에 영향을 미칠만한 장면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단 전자랜드가 190cm 장신가드 김지완을 붙이자 유현준은 마음대로 패스를 뿌리지 못했다. 한준영과의 2대2는 간간이 나온 것이었다.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대학농구는 스크린을 활용하는 공격과 스크린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 전자랜드 빅맨들이 스위치를 통해 외곽으로 나오자 유현준의 활동반경이 급격히 축소됐다. 유현준은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4년을 보내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이상영 감독의 지도력과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한양대는 초반부터 크게 밀렸다. 승패는 1쿼터에 갈렸다. 이 과정에서 유현준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 듯한 인상도 있었다. 몇몇 관계자는 "설렁설렁 뛰는 느낌이 있다. 스코어가 벌어지거나 승패가 갈리면 미리 놓는 듯한 느낌도 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코트를 휩쓸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비력도 끈질기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슈팅에 대해선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포물선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자질은 좋다. 그러나 플레이에 좀 더 스피드가 붙어야 한다"라고 했다.
지도자들, 관계자들 평가를 종합하면 유현준의 자질은 좋다.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대학 최고가드 허훈(연세대)에게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어쨌든 유현준에겐 프로에 입성하기 전 3년이란 시간이 있다. 그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 무서워질 수도, 평범해질 수도 있다. 유현준의 발전은 스스로에게 달렸다.
[유현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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