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하면 흔히 장타력을 떠올린다. 이대호, 강민호, 전준우, 최준석 등 이름만 들어도 한 방이 가능한 타자들이 중심에 있다. 그러나 롯데에 이러한 거인들만 있는 건 아니다. 유니폼이 더러워질 때까지 뛰고 또 뛰며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도 있다. 바로 나경민(26)의 이야기다.
나경민은 메이저리그 유턴파다. 지난 2009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빅리거의 꿈을 키웠으나 결국 국내로 돌아와 2016 2차 3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35경기에 나서 1군의 맛을 봤고, 올해 출전시간을 늘리며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똑똑히 각인시키고 있다. 1일 오전 현재 성적은 61경기 타율 .277 1홈런 9타점.
특히 최근 4경기 활약이 인상적이다. 7월 26일 사직 한화전부터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모두 멀티히트에 성공했고, 26일 데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30일 SK전에선 1-2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마무리투수 박희수를 상대로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주말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나경민은 최근 상승세의 비결로 타격폼 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존 폼으로는 대처가 힘들다고 판단해 올스타 휴식기 전에 타격 코치님과 상의를 했다. 코치님도 시즌 중이라 예민하지만 그래도 변화를 주자고 말씀하셨고, 한 달 정도 변화된 자세로 타격 연습에 매진했다”라고 말했다.
나경민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지난달 26일 사직 한화전이었다. 6회말 이충호의 4구를 공략해 비거리 115m짜리 우월 솔로포를 때려낸 것. 데뷔 93경기 만에 쏘아 올린 첫 홈런이었다. 나경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날은 너무 기뻤다. 초등학교 이후 첫 홈런이었다. 나무 배트로 친 첫 홈런이기도 했다. 1군에 처음 등록됐을 때만큼의 축하 인사가 왔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그 홈런은 그날로 잊었다. 난 홈런타자도 아니고, 어쩌다 운 좋게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날은 그날이고 또 다음날 경기를 준비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라며 신예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경민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 허슬플레이다. 대주자로 나와 적극적인 주루로 분위기를 바꾸는가 하면 최근에는 선발 테이블세터에서 밥상을 차리는데 한 몫을 한다.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적극성에 롯데 팬들은 열광한다. 아울러, 외야 수비 역시 안정됐다는 평가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최근 공수주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는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선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난 모두 빠른 야구를 하는 학교를 다녔다. 그렇다보니 그러한 플레이가 몸에 뱄다”라며 “개인적으로도 항상 전투적이고 파이팅 넘치게 경기에 임하려 한다. 빠른 야구, 스몰 야구, 허슬플레이 등 짧게 치면서 출루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경민은 장타자들이 많은 팀 내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팀에 나 같은 유형의 타자가 많지 않다. 내 스타일이 빠른 야구인데 홈런을 위해 거포 스윙을 한다면 그건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장점인 스피드를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라는 게 그의 지론.
그는 이어 “롯데라는 팀의 분위기가 나와 잘 맞는다. 팬들도 너무 열성적이고, 레전드 이대호 선배님도 계셔서 좋다.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선수들이 부족한 팀이기 때문에 내 역할이 확고해서 더 맞는 것 같다”라고 흐뭇해했다.
나경민은 끝으로 “요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분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정심을 유지하며 이 페이스를 쭉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롯데 팬들 앞에서 더욱 노력하며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는 각오를 남겼다.
[나경민.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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