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못 먹어도 고(GO)야. 아직 젊으니까 앞만 보고 가’라고 하신 게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아마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야구만 생각해’라는 의미에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싶다.”
kt 위즈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를 맞아 은퇴를 앞둔 이승엽(삼성)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 이글스(8월 11일)에 이어 2번째로 진행하는 은퇴투어다.
신생팀인 만큼, kt는 타 팀에 비해 이승엽과 함께 한 추억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승엽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긴 채 뛰고 있는 선수도 있다. 한때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었던 내야수 정현이다.
2013년 1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정현은 2014시즌을 마친 직후 특별지명을 통해 kt로 이적했다. 정현은 이후 상무에서 군 복무했고, 2017시즌은 kt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시즌이다. 정현은 올 시즌 89경기서 타율 .281(228타수 64안타) 3홈런 27타점을 남겼다. 지난달 13일에는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생애 첫 끝내기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현은 kt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내야수다. 김진욱 감독은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게 내부경쟁 구도인데, 이를 심어준 선수가 정현”이라고 칭찬했다.
트레이너들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정현은 유한준과 함께 제일 먼저 야구장에 나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체력도 좋아 팀 내에서 ‘아이언맨’이라 불린다.” kt 관계자의 말이다.
정현은 지난 17일 삼성과의 홈경기에 앞서 전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가 깍듯하게 인사했다. “팀을 옮기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라는 게 정현의 설명이다. 인사를 받은 이승엽은 정현에게 “잘하고 있다. 보기 좋다”라고 화답했다.
“삼성 있을 땐 말도 못 붙였는데…”라며 웃은 정현은 이어 이승엽과 관련된 일화를 전했다. 2013년 11월 19일의 일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2013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한 삼성은 호주와의 준결승전에서 5-9로 패했다. 당시 대수비로 나서 유격수를 맡은 정현은 연장 10회초 실책을 범했고, 삼성은 이후 추가로 2실점하며 승기를 넘겨줬다.
이승엽은 기죽어있던 신인 정현에게 다가가 한마디를 남겼다. “못 먹어도 고(GO)야. 아직 젊으니까 앞만 보고 가.” 여전히 정현이 가슴 속에 새기고 있는 이승엽의 조언이었다. 정현은 “큰 임팩트를 남겨주신 한마디였다.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아마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야구만 생각해’라는 의미에서 하신 말씀이 아닐까 싶다”라고 회상했다.
대선배에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던 정현은 이후 이승엽을 찾아갔고, 호기롭게 방망이를 선물로 달라고 요구했다. “고민하다 눈 딱 감고 방을 찾아가 방망이를 선물 받았다. 그 방망이로 한동안 2군에서 잘했다. 그런데 부러져서 두 동강이 났고, 지금은 없다. 손잡이라도 (기념으로)남겨뒀어야 했는데…(웃음).” 정현의 말이다.
정현은 이어 “이승엽 선배가 남긴 안타, 홈런 등 모든 대기록이 곧 끊긴다는 게 아쉽다. 앞으로도 충분히 잘하실 수 있는데 마지막이라니…”라며 은퇴를 앞둔 이승엽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승엽의 은퇴를 아쉬워한 것은 비단 옛 동료만이 아니었다. 적장 김진욱 감독 역시 ”이승엽은 야구계의 큰 자산이다. 해설위원 시절에도 했던 말인데, 내가 존경하는 선수다. 단순히 야구를 잘해서, 슈퍼스타여서가 아니다. 늘 관심의 대상이었고, 4번타자이자 국가대표로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텐데 말과 행동 어느 부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몇 명 없는데(웃음), 그 중 1명이 이승엽”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를 전해들은 김한수 삼성 감독은 “상대팀 선수에게 은퇴투어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린다. KBO리그도 이승엽을 기점으로 은퇴투어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일본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이승엽은 100년 동안 깨지 못할 기록도 세웠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18일 열릴 예정인 kt와 삼성의 맞대결이 우천취소된다면,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되는 이승엽의 은퇴투어도 연기된다.
[이승엽(좌)-정현.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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