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울산 안경남 기자] 축구도 잘하고 우승까지 해야 하는 건 모든 감독들의 숙명이다. 그렇지 못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게다가 월드컵 앞두고 한일전과 남북대결 거기에 한 때 공한증이라 불렸던 중국과의 경기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안컵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은 대회다.
신태용 감독이 바로 그런 대회를 앞두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A매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도 소집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핑계가 될 순 없다. 상대도 조건이 같긴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결과와 내용을 다 거머쥐어야 한다.
이처럼 이번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잡아야 할 토끼가 너무도 많다. 신태용 감독도 소집 첫 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코치로 나선 동아시안컵은 큰 비중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월드컵을 앞두고 실전 대비 차원에서 비중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우리와 월드컵에 같이 나가는 팀이고, 중국과 북한은 월드컵에 못 나가기 때문에 우리를 잡고 면피를 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험과 성과, 두 마리 도끼를 모두 잡아야 해서 부담이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신태용 감독이 망설임 없이 “동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는 당연히 가져와야 하고, 그 안에서 경기력이란 내용까지 잡아야 한다. 밖에서는 당연한 소리지만, 월드컵이란 큰 그림을 그리는 감독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의 파트너 찾기는 그 시작이다. 당장 손흥민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파트너를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국내파 공격수가 동아시안컵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실패란 소리를 듣게 된다.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이 없을 때 공격 라인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며 “진성욱이나 김신욱은 같이 해본 선수들이라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할 때 시너지 효과가 어떤지 보고 싶다”고 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 등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한 수비 라인의 경우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과제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민재가 실전에는 투입될 수 없지만 기존 멤버들이 모두 합류한 만큼 보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는 게 관건이다.
신태용 감독도 “수비에선 월드컵 본선까지 크게 바뀔 멤버가 없다고 본다. 크게 바뀌지 않는 선에서 조직력을 극대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컵 무실점에 시선이 모아진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북한전에서 실점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대표팀에 쏟아진 ‘수비 불안’을 떨쳐낼 수 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축구에서 실점하지 않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상대도 우리처럼 골을 넣으려고 할 것이다. 무실점을 단언할 수 없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부상에서 명단에서 빠진 주전 골키퍼 김승규의 빈자리도 메워야 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세르비아전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대구)다. 대표팀 활약을 바탕으로 K리그 최고 골키퍼로 선정된 조현우가 현재로선 김승규를 대신해 넘버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롭게 발탁한 국내파와 기존 선수들간의 호흡을 맞춰야 하며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새로 짜야 한다. 한 마디로 유지할 건 유지하되, 뜯어야 할 건 완전히 고쳐야 하는 상황이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의 역량도 확인할 기회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벤치 밖에서 지켜본 두 코치가 이번에는 직접 대표팀의 훈련을 설계했다. 신태용 감독이 훈련 기간 중 월드컵 조추첨을 위해 러시아로 향하는 만큼, 두 코치가 팀에 끼칠 영향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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