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KBS 2TV 아이돌 리부팅프로젝트 '더유닛'이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아이돌 오디션 붐 속에 KBS가 최대 규모의 제작비와 인력을 투입해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방송 전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난 뒤 반응은 신통치 않다.
▲ 참가자들의 '피, 땀, 눈물'로 시작한 오디션
데뷔 후 이렇다 할 주목을 못 받은 아이돌에게 재기의 기회를 선사한다며 시작된 '더유닛'. 그만큼 프로그램은 중고 아이돌들의 한(恨)으로 문을 열었다.
연예계에서 한 차례 아픔을 겪은 이들이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탈락을 각오하고 오디션에 나설 용기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참가자 중에는 어느덧 중견 아이돌이라 불릴 만큼 오랜 경력을 가진 이가 있었다. 기존 활동 그룹에서 아쉽게 탈퇴한 뒤 연예계를 떠나있던 이도 있었다. 소송, 갈등, 건강악화, 탈퇴, 실패 등 참가자들이 털어놓는 사연은 더 없이 절실했다.
그래서일까? 어느 오디션이나 '눈물의 참가자'는 시선을 끄는 대상이지만, '더유닛'은 대다수의 참가자가 눈물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게 특이점이었다.
▲ 참가자들의 눈물 결의, 제작진은 그만큼 준비했나?
좋은 참가자만 모였다고 오디션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절박함을 가지고 모인 재능들을 최고의 팀으로 묶어내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각오만큼, 제작진의 준비가 완벽했는지 여부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유닛'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은 방송은 첫 회였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할 방송이었지만, 제작진은 재기의 도전자 대신 기준에 어긋나는 참가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실수를 저질렀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울리는 참가자의 분량은 짧았고,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더유닛'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참가자의 분량은 길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간의 분량 차이는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이다. '더유닛'이 '리부팅'이라는 정체성을 제외하고는 기존 '프로듀스101'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의 판단미스는 그 하나의 차이점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더유닛' 제작진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첫 기회를 놓쳐버렸다. 첫 회 이후 '더유닛'을 향한 비판은 줄어들고 있지만, 동시에 시청률 또한 6%에서 3%로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악플'이 '무플'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KBS는 최고의 음악방송 제작진을 투입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편집, 구성 등의 수준 또한 2017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것이라기에는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부족한 부분이 지적될 때마다 제작진의 빠른 피드백은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참가자가 아닌 제작진이 성장하는 오디션 같다”는 시청자 평가는 칭찬으로만 들을 일이 아니다.
▲ '믹스나인' 이겼다고 '성공한 오디션'이 아니다
경쟁 프로그램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은 JTBC '믹스나인'보다 '더유닛'의 시청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경쟁 구도가 화제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방송 전의 희망 섞인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이틀간 연이어 아이돌 오디션이 방송되면서 시청자의 피로도만 끌어올리는 '루즈-루즈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믹스나인'을 이겼다고 '더유닛'이 성공한 오디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듀스101'이 성공한 오디션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 워너원이 각각 2016년과 2017년 가장 주목 받는 아이돌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유닛'의 최종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올스타'가 얼마나 큰 임팩트를 남기냐에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에게 시선이 가게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KBS 예능의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더유닛'이 내놓는 결과물이 지금처럼 그저 여러 그룹 멤버들이 모인 유닛 수준에 그친다면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없다. 단지 아이돌그룹 간의 스페셜 유닛을 보고 싶은 거라면 연말 시상식만 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진 = K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