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이재원(SK 와이번스)은 "원래는 욕을 그렇게 많이 먹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먹은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재원은 항상 웃는 얼굴에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다. '모범적인 선수'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실력 역시 이에 걸맞았다. '반쪽짜리 선수'란 꼬리표를 떼고 2014년부터 SK의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2014시즌에는 타율 .282 17홈런 100타점을 기록, 역대 포수 2번째 100타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7시즌은 팬들에게나, 이재원 본인에게나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 2016시즌 종료 뒤 무릎 수술을 받은 이재원은 이후 자비로 사이판 개인훈련을 다녀오는 등 올시즌 활약을 위해 준비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114경기에 나서 타율 .242 9홈런 42타점에 머물렀다. 수비에서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재원은 이를 악 물었다.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가고시마 캠프에 참가했다. 이재원이 자청한 일이었다. 체중도 10kg 넘게 뺐다. '독해진' 이재원의 모습은 1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가고시마 캠프 때와 달리 트레이너가 없지만 여전히 식단 조절을 하며 '가벼운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뒤 별다른 휴식도 없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인 이재원을 6일 만났다. 다음은 이재원과의 일문일답.
-올시즌을 돌아본다면?
"수술을 하고 난 뒤 준비를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과정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올해는 훈련지도 바꾸고 방법도 바꿔보려고 한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시즌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허리가 안 좋아서 2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수비나 공격에서 밸런스를 찾고 온 느낌이다. 물론 그 이후에 경기를 많이 못 나가서 아쉽지만 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1군에서는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기술적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시즌 풀타임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시즌간 딱 24경기에 결장해서 그 부분이 더욱 아쉬운 것 같다
"선수라면 잘하느냐 못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많이 나가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많이 못 나갔기 때문에 그 부분이 아쉽다. 내년에는 전경기를 나간다는 생각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도록 하겠다"
-마무리 캠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만의 마무리캠프 참가였는데
"4년만에 갔다. 자원했는데 구단에서 보내주셔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최고참이었기 때문에 눈치 볼 일도 없었고 코칭스태프 분들도 '하고 싶은 것 하라,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마음 편하게 열심히 하고 온 것 같다. 자신감을 찾고 오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야구는 멘탈이라고 하는데 잘 되지 않다보니 더 꼬였던 것 같다. 긍정적인 사람인데도 시즌 때는 힘들었다(웃음)"
-살을 많이 뺐다. 주위에서도 말을 많이 할 것 같다
"보기 좋다고 하고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어제(4일) 선수협 총회에도 갔는데 많은 분들이 놀랐다. 근데 (최)승준이도 그렇고 살을 뺀 것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다시 찌면 안 된다'라는 부담감은 있다(웃음) 11월에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독하게 식단 관리를 해줬다. 12월에는 와이프도 함께 식단관리를 하면서 도와주고 있다. 처음에는 (식단관리가)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다보니 지금은 문제 없다"
-매년 안타와 홈런을 연계한 기부도 하고 있다. 동기부여도 될 것 같은데?
(이재원은 2015년부터 한길안과병원과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원은 올시즌 안타와 홈런 개수에 따라 425만원을 기부했으며 한길안과병원도 760만원을 적립했다.(총 1185만원) 이를 통해 저소득층 환자의 안과질환 관련 진료 및 수술비용을 지원한다)
"병원에 가서 '많은 돈을 못 모아서, 많은 분들을 못 도와드릴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내년에는 더 잘해서 큰 돈 기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더라. '한 타석, 한 타석 무심코 지나가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개인만의 성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른 분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워낙 시즌이 길다보니 무의식처럼 지나갈 때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 타석, 한 타석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느꼈다"
-12월과 1월 계획이 있다면?
"작년에는 기술 훈련 거의 못했는데 올해는 기술훈련을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할 계획이다. 예전 루틴대로 하려고 한다. 외국에서 개인 훈련 뒤 미국(전지훈련지)으로 곧바로 들어가려고 한다. 바쁘게 지낼 것 같다. FA가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올해 너무 못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잘해야 할 것 같다(웃음)"
-내년 시즌 목표가 있다면?
"캠프 때 회식 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하자'고 건배 제의를 했다.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경기에 많이 나가고 3할에 두 자릿수 홈런은 치고 싶다. 수비도 올해보다 더 잘해야 한다. 올해 너무 부진했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독하게 해보려고 한다"
[SK 이재원.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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