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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신세경이 연기하는 정해라와 분이는 가만히 앉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 캐릭터가 아니다. 그도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또 하나의 '흑기사'였다.
21일 밤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흑기사'(극본 김인영 연출 한상우) 6회에서는 분이(신세경, 정해라의 전생)와 서린(서지혜, 샤론)의 운명이 장백희(장미희)에 의해 뒤바뀌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졌다. 명소(김래원, 문수호의 전생)의 짝은 처음부터 분이였던 것이다.
장백희는 인물들의 전생 이야기를 이어갔다. 명소와 분이는 합방을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나면 버려지는 씨받이의 운명으로부터 분이를 지키는 명소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명소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당파싸움 속에서 조정은 종교 박해를 이용했고, 평소 서학책을 읽으며 평등을 주장하던 명소가 희생양이 됐다. 관아에 끌려갈 위기가 찾아오자 서린은 분이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뒤, 관군이 그를 잡아가도록 만들었다.
위기 앞에 명소를 외면한 서린. 하지만 분이는 달랐다.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분이는 끝까지 명소를 변호했고, 고문의 결과 분이는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분이는 명소의 유배지를 찾아갔고, 명소는 오열로 분이를 맞이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비로소 부부처럼 함께 할 수 있었다.
한참 뒤 서린은 명소의 유배지를 찾아왔다. 그러나 명소의 곁에는 분이가 있었고, 서린은 이 모습에 분노해 집에 불을 질렀다. 서린은 "그 아이는 두고 나오라"며 광기를 부렸지만, 명소는 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분이는 온 힘을 쥐어짜내 서린에게 "영원히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어라"는 저주를 내렸다. 이후 서린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2017년까지 샤론으로 살아왔다.
다시 시점은 현재로 돌아왔다.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수호는 정해라에게 "한 달만 시간을 달라. 한 달 뒤에도 내가 싫으면 그 때는 내가 깨끗하게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이 등장했다. 샤론은 여전히 문수호의 곁에 정해라가 아닌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고, 이를 보다 못한 장백희는 진실을 고백했다.
사실 과거에 장백희는 서린과 분이가 자란 양반댁의 첫째 부인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못해 쫓겨났고, 그 적개심 때문에 양갓집 규수로 태어난 분이와 거지의 딸 서린을 바꿔놨다. 장백희가 벌을 받은 이유도 이것이었다.
즉, 본래 부부의 연을 맺을 운명은 서린이 아닌 명소와 분이였다. 그럼에도 샤론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정해라의 모습으로 변신해 새로운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그간 문수호와 명소는 2017년과 전생의 시점에서 정해라와 분이에게 '흑기사'가 되어주었다. 정해라에게는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선물했고, 노비신분인 분이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러나 정해라와 분이가 받기만 하는 신데렐라는 아니었다. 전생 시점에서 분이는 연정을 품은 상대인 명소를 위해 모진 고문을 참아냈고, 그 결과 목소리까지 잃었다. 서린과 분이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현재 시점에서도 정해라는 문수호의 연인으로 쉽게 사는 것보다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립심을 보여주고 있다. 문수호 또한 그런 정해라의 마음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정해라의 성향은 전생에 이어 현재 시점에서도 문수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방적인 베풂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흑기사'가 되는 흥미로운 전개가 작품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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