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본과 헌신이 숨어있다.
DB는 3~4쿼터에 경기를 뒤집는 케이스가 많다. 그 과정에서 디온테 버튼과 두경민의 화려한 득점이 팬들을 사로잡는다. 프로농구 흥행 측면에서 DB의 4쿼터 쇼타임은 보기 좋다. DB 팬들은 DB의 경기 후반에 강력한 모습에 열광한다.
그런데 DB의 4쿼터, 특히 승부처 쇼타임을 그저 화려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알고 보면 DB의 역전승에는 내실 있는 경기력이 숨어있다. 그렇지 않고선 SK를 상대로 28점차를 뒤집을 수 없었고, 4쿼터 역전승을 밥 먹듯 할 수가 없었다.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이 후반전에 좀 더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비와 리바운드다. 화려한 쇼타임의 이면에 수비와 리바운드가 뒷받침됐다. 그렇지 않고선 버튼의 화려한 덩크슛이 빛을 발할 수 없다.
농구가 그렇다.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 많은 공격기회를 가져야 하고, 많은 공격기회를 가지려면 리바운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박스아웃과 리바운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선 약속된 수비가 중요하다. 수비에 성공해서 리바운드를 잡아야 상대의 공격 기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감독은 1일 KCC전 2쿼터 시작과 동시에 윤호영을 넣었다. 1쿼터 출발이 매우 나빴다. 이 감독은 "더 처지면 힘들다고 봤다. 따라갈 때 체력이 더 떨어지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디테일한 운영이었다.
윤호영을 안드레 에밋에게 붙였다. 에밋은 2쿼터에 10점을 넣었지만, 턴오버 2개가 있었다. 그때부터 KCC 팀 오펜스가 조금씩 균열되기 시작했다. 윤호영이 에밋을 괴롭히자 에밋과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 효율성이 종종 떨어지는 KCC의 약점이 부각됐다. 결국 이 감독의 윤호영 조기투입은 성공했다. 이 감독은 4쿼터에 윤호영에게 다시 한번 에밋 수비를 맡겼다. 결과는 역시 성공.
단순히 벤치의 전략이 역전승을 이끄는 건 아니다. 이 감독이 윤호영은 물론, 김주성을 3쿼터 초반에 넣었지만, 역전승 과정을 보면 국내선수들의 기본과 헌신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서민수는 KCC전 후반전에만 리바운드 6개를 걷어냈다. 그는 "KCC가 박스아웃을 하지 않아 쉽게 리바운드를 걷어냈다"라고 말했다.
버튼이 화려한 플레이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다. 1차적으로 찰스 로드 수비에 집중했고, 몇 차례 로드를 괴롭혔다.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 맨투맨과 리바운드의 전투력을 높이면서 상대를 압박했고, 단숨에 흐름을 뒤집었다.
전반전에 특유의 업템포 농구가 되지 않아 페이스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감독이 선수들을 믿는다. 실책 30개를 해도 괜찮다며 독려한다.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사기를 끌어올리고, 팀을 향한 헌신으로 보답한다.
김주성은 "우리 젊은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계속 따라가기만 하면 더 힘들어진다. 다만, 수비에서 좀 더 집중하고, 공격에서 빅4(버튼, 로드 벤슨, 김주성, 윤호영)가 나오면 미스매치 공격에 집중한다. 그러나 젊은 애들이 3점슛 1~2방 넣으면 따라가는 것 같다. 맨투맨 과정에서의 로테이션이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서민수는 "아직 수비에 대해 잘 모르는데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 리바운드도 막 들어가기만 하면 오히려 잡지 못할 때 속공을 당할 수 있다. 경기 흐름을 보면서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하고, 팀에 헌신하면서 개개인의 농구 내공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결과까지 잡는다.
DB의 화려함에 열광해도 좋다. 그러나 그 속에 국내선수들의 기본과 헌신이 녹아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 감독은 "이기고 지고는 상관 없다. 2018년에도 젊은 애들이 발전하기만 하면 된다. 외부에선 버튼의 팀이라고 하는데 사실 국내선수들이 더 잘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DB 선두질주의 진실이다.
[DB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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