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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최창환 기자] DB가 전반기를 1위로 마칠 거라 전망한 이가 얼마나 될까. 이쯤 되면 이상범 감독에게 ‘리빌딩 전문가’라는 칭호가 붙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원주 DB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24승 9패를 기록, 1위에 올라있다. 공동 2위 서울 SK와 전주 KCC가 11일 이긴다 해도, DB는 1.5경기 앞선 1위로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된다.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불투명하다는 비시즌 평가를 뒤엎은 결과다.
DB는 디온테 버튼과 두경민이 해결사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벤치멤버들도 성장세를 보이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성적, 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민수는 강력한 기량발전상(MIP) 후보로 꼽히고 있다.
DB가 선보이는 반전 드라마를 논할 때에는 베테랑이라는 존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DB는 김주성, 윤호영 등 ‘동부산성’이라 불릴 당시 주축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의 활약까지 더해 3~4쿼터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 김주성은 평균 13분 26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만 뛰고도 5.5득점 3점슛 0.9개 2.2리바운드 0.4블록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모든 득점은 출전시간이 집중된 3~4쿼터에 올린 기록이다. 윤호영 역시 지역방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외국선수들의 수비까지 맡고 있다.
사실 승부처에 김주성을 주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DB의 상수였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파열로 2016-2017시즌 도중 전열에서 이탈한 윤호영의 조기 복귀는 기대 이상의 호재였을 터. 시즌 막판 복귀까지 점쳐졌던 윤호영은 2라운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1월 9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복귀, 공수에 걸쳐 DB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상범 감독은 “(윤)호영이에겐 몸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어봤었다. ‘괜찮습니다. 5분이라도 뛰고 싶습니다’라고 했지만, 윤호영이라는 선수를 5분만 쓸 순 없었다. ‘10분 이상 뛸 수 있는 몸을 만들면 기용하겠다’라고 말했고, 컨디션을 꾸준히 끌어올려줬다. 상황에 따라 (김)주성이와 번갈아 가며 투입하는데, 훌륭한 수비를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이 리빌딩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베테랑을 주축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상범 감독은 안양 KGC인삼공사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09-2010시즌 막판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슈터 김성철을 영입한 바 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차기 시즌 신인 박찬희, 이정현이 입단하는 KGC인삼공사의 리빌딩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먼 전력 변화로 꼽혔다.
하지만 김성철은 친정팀으로 돌아온 후 승부처에 3점슛을 터뜨리는 조커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0-2011시즌에 평균 9.4득점 3점슛 1.4개를 기록하며 이정현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어 2011-2012시즌 챔프전에도 6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6분 40초 동안 5득점 3점슛 1개를 만들어내며 KGC인삼공사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상범 감독은 “고참 없이는 리빌딩도 없다. 당시 김성철, 은희석을 데리고 있었던 것은 김태술, 양희종, 이정현, 오세근 등 젊은 선수들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선후배라는 틀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모르는 부분을 끌고 가주는 역할을 고참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상범 감독은 이어 “DB도 당시 KGC인삼공사와 마찬가지다. 포지션만 다를 뿐이다. 김성철은 슈터로서 활용도가 높았고, 은희석은 팀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김)주성이는 득점을 올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까지 맡아주는 고참”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선수만 잔뜩 모으고, 그들에게 경험치만 쌓아주는 게 리빌딩의 전부는 아니다. 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게 이끌어주는 한편, 약점인 경험을 메워주는 베테랑의 지원사격이 있어야 리빌딩도 가속도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이상범 감독은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이를 피부로 실감한 지도자였고, DB에서도 신구 조화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상범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리빌딩의 결말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상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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