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KBL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7연승이 끊겼다. 우리은행에 완패했지만, KEB하나은행을 잡고 여전한 상승세를 과시했다. 르샨다 그레이가 핵심이다. 기복이 심한 카일라 쏜튼을 제치고 실질적인 메인 외국선수로 활약한다. 24일 삼성생명전 31점을 제외하면 최근 기록이 급격히 향상된 건 아니다. 올 시즌 평균 14.8점(8위)에 9.96리바운드(6위).
농구는 개개인의 심리, 응집력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스포츠다. KBL보다 WKBL이 두드러진다. 특히 외국선수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 스펙을 떠나 유독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그레이도 그랬다. 객관적 기량 자체가 최상위 레벨은 아니다. WNBA도 경험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리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선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골밑에서의 전투력이 좋아 신한은행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 WKBL에 적응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WKBL 구단들은 외국선수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동료가 외곽에서 스크린에 걸리면 빅맨도 스위치를 해서 외곽에서 수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력도 있어야 한다. WNBA를 경험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그레이는 농구센스가 좋은 편은 아니다. 기술이 정교하지 못하고 투박하다. 시즌 초반에는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볼 컨트롤 실수가 잦았다. 골밑슛을 던질 때 페이크를 거의 하지 않아 상대 빅맨에게 블록도 많이 당했다. 한 마디로 안정감이 많이 떨어졌다.
지금도 공격루트는 단순하다. 스크린을 걸고 골밑에 들어가서 공을 받아 골밑 공격을 하는 빈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파워와 안정감이 있다. 시즌 초반과는 달리 볼 컨트롤 미스, 쉬운 슛 실수가 거의 없다. 리바운드에 대한 응집력은 더욱 높아졌다. 블록슛도 심심찮게 한다. 승부처서 믿고 맡길 수준이다. 그레이의 분전으로 신한은행은 골밑 약점을 절묘하게 메웠다.
정선민 코치는 "그레이는 시즌 초반에 정신이 없었다. 적응이 더뎠다. 그런 외국선수가 있다. 기술은 투박하지만, 지금 정도로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신기성 감독 역시 "이탈리아에서 봤던 경기력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 감독과 코치들의 집중지도가 효과를 봤다. 정 코치는 "스크린 하고 롤하는 걸 계속 연습했다. 슛 자세는 약간 교정했다. 그리고 팀 오펜스 패턴을 계속 맞춰가면서 적응했다. WKBL에 적응하니까 자기 실력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남자친구의 방한 시점에 맞춰 상승세를 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그레이의 남자친구는 신한은행의 전 경기에 동행하고 있다. 신 감독은 "이탈리아에서도 남자친구가 오면 성적이 더 잘나왔다. 그레이의 남자친구가 올 시즌 끝까지 함께 있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레이의 남자친구는 대학 시절까지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정 코치는 "남자친구가 심리적으로 안정감도 주고, 간략한 기술적 조언도 해주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꼭 남자친구가 왔다고 잘 하는 건 아니다. 원래 그 정도 실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레이는 지금도 기술이 좋은 빅맨은 아니다. 그러나 장점인 골밑 전투력과 파워, 향상된 마무리 능력을 앞세워 신한은행에 큰 힘이 된다. 특별히 기량이 향상됐다기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 게 결정적이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김단비, 쏜튼을 앞세운 얼리오펜스에 비해 세트오펜스 안정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레이의 기량 회복으로 세트오펜스에서 중요한 무기를 얻었다. 정 코치는 "이제 파울 관리만 제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레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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