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10년 전 스타 배우 유준상은 서른다섯살의 어린 연출 왕용범 연출을 처음 만났다.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었고 뮤지컬 '삼총사' 역시 생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봤고, 뮤지컬 '삼총사'는 국내 인기를 넘어 한류 뮤지컬이 됐다.
인기는 10년간 계속됐다. 유준상과 왕용범 연출의 인연도 10년째 계속 되고 있다. 그간 '삼총사'를 비롯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함께 만들며 이제 진정한 한 팀이 됐다.
두 사람을 이어준 첫 뮤지컬 '삼총사'는 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삼총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뮤지컬 '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개막 10주년을 맞아 초연 당시 흥행 돌풍을 견인한 신성우,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등의 초연 멤버가 합류했다.
유준상과 왕용범 연출은 뮤지컬 '삼총사'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함께 인터뷰에 임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상대방을 칭찬하던 두 사람은 한 곳에서 함께 인터뷰 하는 것이 다소 어색한듯 보였지만 이내 서로를 향한 신뢰를 가감없이 표현했다.
두 사람의 10년 전은 어땠을까. 유준상은 "다른 공연을 하고 있을 때인데 왕용범 연출이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하더라. 오디션 날이라는 직감을 해 캐스팅 되려고 죽을 힘을 다 해 공연했다. 이후 캐스팅 돼서 너무 기뻤다"고 운을 뗐다.
"시작 자체도 되게 흥미로웠어요. 당시 배우들은 본인이 동선 짜는게 익숙했는데 연출님은 동선을 다 만들어주더라고요. 처음엔 의심이 생겼지만 연출님이 말한대로 움직이다 보니 내가 했어도 이렇게 움직였을 것 같더라고요. 그 때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 연출자를 믿어야 한다. 뛰어난 연출자가 나온 것 같다. 이 연출님을 믿고 해내자'고 했죠. 그 때부터 신뢰하기 시작했어요."(유준상)
연출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 공연도 수월했다. 준비성이 대단한 연출과 함께 하니 공연을 올리고난 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또 배우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믿음의 속도가 빨라졌다. '저 사람은 진짜 해내는구나'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왕용번 연출은 유준상 칭찬에 쑥쓰러운 듯 미소 지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유준상은 만나보기 힘든 스타였다"며 "당시 '삼총사'는 지금의 '어벤져스'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에 가장 개성 강하고 가장 카리스마 있는 배우들을 모으자고 생각하던 터에 함께 하게 됐다"며 "지금 생각하면 참 믿어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서른다섯 연출가가 수십억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연출 자리에 앉아 있다면 아마 저라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엔 쇼뮤지컬 시장이 흥하던 때라 유럽 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생소하고 검증된 것이 없으니까 믿지 못하던 때였거든요. 근데 그런 뮤지컬을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니 자다가도 새벽에 일어나 혼자 울고 그랬어요. 10년 지나니까 말할 수 있는데 많이 울었어요. 또 모든 배우들과 멱살만 안 잡았지 한 번씩 크게 싸웠죠.(웃음)"(왕용범연출)
10년 전 왕용범 연출의 부담은 상당했다. 그러나 그의 옆엔 유준상이 있었다. "유준상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일단 생소하니까 못 믿을 수 있는데 유준상 선배는 믿어주시고 다른 배우들을 많이 격려해줬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선배 덕에 첫 공연까지 올라갈 수 있었어요. 첫 공연 커튼콜 때 관객들이 기뻐하는 걸 보고 배우들이 그제서야 믿더라고요. 그 때부터 선배님하고 케미가 생긴 것 같아요. 믿어주는 배우, 믿어주는 연출 그런 관계가 됐죠. 그랬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들 무모하다고 했던 '프랑켄슈타인', '벤허'도 같이 할 수 있었어요. 다들 비관적이었는데 믿어주는 배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연에 올라갈 수 있었죠. 정말 유준상 배우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힘을 얻었어요."(왕용범연출)
왕연출은 유준상에 대해 "10년을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라며 "서로 믿어주고 서로 꿈꿀 수 있다는 게 큰 복인 것 같다. 정말 선배님하고는 한 번도 안 싸웠다. 물론 갈등은 있는데 서로의 신뢰 속에서 서로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고 이해하면서 해왔다"고 말했다.
10년간 쌓아온 신뢰는 무대에서 드러난다. 왕용범 연출은 "연출이 안 보일수록 좋다"며 유준상을 비롯 배우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반면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은 '당신의 것을 만들라'며 모든 배우들을 위해 만들어준다. 합리적이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며 왕 연출의 능력을 높이 샀다.
"신기한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들 정말 똑같아요. 이번에도 함께 하게 돼서 너무 기쁘죠. 왕용범연출이 없는 '삼총사'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 이번엔 10년이 지난 만큼 시기에 맞게 템포를 타이트하게 만들고 변화를 줬는데 '연출님이 보는 정확함이 있구나' 싶은 부분들이 있죠. 그냥 안주하지 않고 아주 짧은 부분이라도 변화를 줬어요. '어떻게 이렇게 하지?' 할 정도로 옆에서 보면 신기해요."(유준상)
"사실 이번 '삼총사'는 제가 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었는데 유준상 선배님이 3개월 가량 설득하셨어요. 고민 하다가 했는데 다들 10년 전 그대로더라고요. 안 바뀌었어요. '삼총사'의 마지막 공연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제 10년 더 할 수 있겠구나' 했죠. '환갑잔치 할 때도 하시죠' 했는데 정말 그러고 싶어요. 10년 후에도 변치 않는 이 모습으로 공연하고 싶죠."(왕용범 연출)
유준상과 왕용범 연출은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 한류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가 모여 '엄유민법'이라는 이름 아래 콘서트까지 열 정도로 인기까지 얻었다. 이번에도 '엄유민법'이 모인 만큼 기대도 높다.
유준상은 "엄유민법이 다시 '삼총사'로 모이니 너무 재밌다. 왕 연출님이 만들어준 멤버들이라 감사하고 있다. 이제 그냥 눈빛만 봐도 서로 안다. 마주치기만 해도 웃기고 재밌는데 또 다들 열심히 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긴 것 같다"며 "이번에는 엄유민법 뿐만 아니라 손호영, 서은광이 합류했는데 그 친구들도 너무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엄유민법 페어가 아니더라도 즐거운 공연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왕용범연출은 "'삼총사'가 한류 뮤지컬로 성공했던 건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좀 더 나태해지거나 한류를 후광처럼 업고 한다면 더이상 한류는 없을 것"이라며 "더 긴장하고 더 열정적으로 임해야 될 것 같다. 스태프, 배우도 그대로인데 10년 동안 그들이 실패하지 않고 더 성장했기 때문에 다시 모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10년 우정으로 뭉쳤기에 유준상과 왕용범연출의 이번 뮤지컬 '삼총사'는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유준상은 "네명이 주인공인 작품인데 네명 외에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다.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작품성을 높이 샀고, 왕용범 연출은 "많은 분들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뮤지컬 '삼총사'는 오는 16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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