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트로피는 우리은행이 들었다. 챔피언결정전은 어떨까.
여자프로농구는 정규시즌을 마쳤다. 11일부터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17일부터 5전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가장 강력한 이슈는 통합 6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의 아성을 KB가 무너뜨릴 수 있느냐다.
우리은행은 대위업을 이뤘다. 정규시즌 6연패.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전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KB의 맹추격에 간담이 서늘했다.
지난 5년간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싱거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조짐이다. 누가 우승하든, 대접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KB는 강력하다.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를 앞세운 트윈타워의 힘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극대화됐다.
전제조건을 깔자. 대부분 농구관계자, 전문가가 KB와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서 KB의 우세를 점친다. 물론 신한은행은 정통 빅맨 르샨다 그레이, 박지수 수비에 능한 곽주영을 보유했다. 멤버구성상 매치업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테크니션 모니크 커리와 기복이 심한 카일라 쏜튼, 강아정, 심성영, 김보미 등 정확한 3점포를 보유한 토종 롤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KB와 김단비 의존도가 큰 신한은행의 외곽 라인업에서 무게의 차이가 있다. KB 트윈타워, 국내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와 신한은행 외국선수들, 국내선수들의 그것도 차이가 있다.
궁금한 건 KB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하느냐다. 수 많은 변수가 있다. 일단 KB가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를 2차전서 끝내느냐, 3차전서 끝내느냐의 차이가 있다. 3차전까지 갈 경우 챔피언결정전서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는 6~7라운드 맞대결서 우리은행이 KB를 상대로 드러낸 한계(트윈타워 수비의 한계)를 챔피언결정전서 극복할 수 있느냐다. KB가 그것을 맞받아칠 수 있을 것인지도 포인트다. 우리은행은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단기전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KB, 특히 안덕수 감독은 단기전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안 감독은 첫 포스트시즌이다.
익명으로 우리은행, KB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우선 경기환경, 체력적 변수, 벤치 운영을 제외,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의 역량만볼 때 KB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 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 나왔다.
관계자 A는 "6~7라운드서 드러났다. 내, 외곽이 가능한 단타스, 더 이상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1대1, 피딩 능력이 모두 탁월한 박지수를 우리은행이 수비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 B는 "우리은행은 KB 트윈타워를 결국 막지 못했고, KB는 모니크 커리가 박혜진을 수비하면서 우리은행 공격력을 억제하는 해법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 C는 "맨투맨이 쉽지 않은 우리은행은 7라운드서 드롭 존을 사용했다. 하지만, KB는 박지수와 단타스가 무리하지 않았고, 외곽슛이 좋은 국내선수들이 잘 깼다"라고 평가했다.
어천와, 데스트니 윌리엄스를 제외하면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은 박지수, 단타스 수비에 한계가 있다. 김정은, 임영희로는 힘겨웠다. 일반적인 도움수비 역시 박지수, 단타스의 한 타임 빠른 패스에 속수 무책이었다. 결국 드롭 존을 해서 골밑에 공이 들어가면 겹수비를 했다. 하지만, 7라운드서 김민정에게 치명적인 3점포 두 방을 맞았다.
주특기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를 하면 KB의 체력을 떨어뜨릴 수는 있다. 박지수와 단타스가 하프코트까지 나와서 공을 받아서 주고 다시 골밑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 하지만, 팔이 긴 박지수와 단타스가 손쉽게 깨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단기전서 존 프레스를 지속적으로 하면 우리은행도 체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우리은행은 임영희의 나이가 많고, 김정은의 무릎이 완전하지 않다.
커리가 6~7라운드서 박혜진을 타이트하게 봉쇄, 우리은행의 주특기 2대2가 위축됐다. 커리는 박혜진보다 신장이 크다. 그 어떤 매치업 상대에도 위축되지 않는다. 더구나 외국선수 규정상 3쿼터에 10분 내내 뛸 수 있다. KB가 전반전서 대등하게 승부하면 3쿼터부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이유다. 1~2쿼터, 4쿼터에는 커리가 단타스의 체력안배를 하면서 박혜진을 압박할 수도 있다. 관계자 C는 "아무리 봐도 KB가 우리은행에 질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은행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디테일에 강한 위성우 감독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안덕수 감독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관계자 A는 "KB가 강하다고 해도 위 감독님이 분명 다 보여준 건 아니다. 박지수 수비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박지수가 선호하는 위치에서 정규시즌과는 다른 방식의 트랩을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박혜진이 커리의 수비에 대한 해법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임영희, 김정은, 홍보람, 이은혜 등 박혜진을 도와줄 롤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리고 KB는 시즌 막판 급격히 페이스가 올라온 임영희를 제어할만한 확실한 카드가 없다. 시즌 막판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나탈리 어천와가 충분히 쉬고 나온다.
그리고 KB가 플레이오프를 3차전까지 치르면 체력적 난조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8경기를 모두 치를 경우 11일부터 25일까지 15일간 8경기 강행군이다. 우리은행의 주특기가 체력전이다.
이밖에 관계자 B는 "단기전이 처음인 안 감독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도 변수다.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를 보면 계산이 나올 것 같다. KB가 플레이오프를 3차전서 마치거나 의외의 벤치 미스가 나오면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다. KB는 우리은행보다 단기전 임기응변 경험이 부족한 약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력상 KB가 단기전의 승자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단 신한은행부터 넘어야 한다. 신한은행이라고 쉽게 무너지라는 법은 전혀 없다. 그레이, 김단비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특히 쏜튼의 기동력이 살아나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KB는 부담스럽다. 신한은행이 정규시즌서 KB에 이겼을 때 쏜튼과 김단비의 얼리오펜스가 대폭발했다. 더구나 KB는 실책이 많은 약점이 있다.
그리고 위 감독과 우리은행은 절대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 관계자 C는 "이번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은 싱겁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여자농구 흥행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꿀잼 예약"이라고 말했다.
[KB 선수들(위), 안덕수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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