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최창환 기자] ‘상범매직’, ‘갓상범’ 등 이상범 감독에겐 올 시즌 유독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약 3년여의 야인생활을 거쳐 프로무대로 돌아온 이상범 감독에게 주어진 훈장이었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원주 DB는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패했지만, 같은 날 전주 KCC도 패해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상범 감독으로선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처음 맛보는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이전까지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2011-2012시즌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준우승이었다.
2013-2014시즌 막판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KGC인삼공사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상범 감독은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 코치를 맡아 유재학 감독을 보좌했지만, 프로무대에서는 약 3년간 자취를 감췄다.
이상범 감독은 지난해 4월 김영만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DB의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되며 프로농구로 돌아왔다.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인 DB로선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이상범 감독은 ‘리빌딩 전문가’로 통한다. 2011-2012시즌 화려한 전력을 구성한 KGC인삼공사를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선수를 신뢰해 덕장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DB가 이상범 감독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전술의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상범 감독은 늘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지도자였다. “아직 부족하다. 선배 감독님들께 배우는 입장”이라는 문장은 2011-2012시즌 이상범 감독이 입버릇처럼 내놓은 코멘트였고, “유재학 감독님께 배우고 싶다”라며 대표팀 코치도 직접 희망하기도 했다.
이상범 감독은 약 3년간 거친 야인생활을 통해 또 한 단계 성숙해졌다. 일본에서 객원 코치를 맡으며 견문을 넓혔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팀 운영에 대한 확실한 원칙도 세웠다. 이상범 감독은 비시즌부터 두경민에게 “팀의 에이스”라며 힘을 실어줬고,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에게 실책을 하더라도 곧바로 교체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심어줬다.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장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DB 선수들은 비시즌에도 지금처럼 농구를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리바운드에 참여할 정도로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했다. 내 기억에는 우리 팀이 외국선수 1명 더 뛰었는데도 졌다”라며 비시즌 DB를 상대로 치른 연습경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상범 감독은 시즌이 개막하자 그간 자신이 세운 철칙을 무너뜨리지 않고 팀을 이끌었다. 두경민과 디온테 버튼에게 에이스로서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고, 출전시간에 제약이 따르는 김주성을 조급하게 투입한 적도 없었다. 선수들이 집중력 저하를 보이면 호된 한마디를 내렸지만, 이길 때마다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도 이상범 감독이었다.
시즌 막판에는 두경민이 팀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상범 감독은 소신대로 팀을 이끌었다. “열심히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며 목소리 높였고, 두경민의 복귀에 대해선 선수단의 의사를 중시하기도 했다. 마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고 외치는 듯한 행보였다.
이상범 감독은 이를 통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DB의 리빌딩을 단숨에 완성했다. DB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따낼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물론 버튼이라는 ‘히트상품’의 등장과 두경민의 성장세, 서민수와 김태홍의 재발견 등이 없었다면 DB의 정규리그 우승도 불가능했다. 다만, 이 모든 성과는 이상범 감독이 그간의 지도자 경험과 야인생활을 통해 쌓은 철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범 감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다. “더 디테일하게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도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라며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어쩌면 ‘상범매직’의 진정한 위력은 다가올 플레이오프, 혹은 다음 시즌에 발휘되는 게 아닐까.
[이상범 감독. 사진 = 원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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