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입에 착착 감기는 말맛의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절묘하게 결합시는 재능으로 주목을 끌었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각색에 참여한데서 알 수 있듯,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불륜 소재를 코미디로 녹여내는 '바람바람바람'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이 원작인데, 처음엔 안하겠다고 했어요. 한국 영화 관객이 불륜을 받아들이기 힘드니까요. 제작사가 ‘너 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설득해서 원작 영화를 한번 더 봤는데, 코미디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했죠.”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영화다.
그는 석근과 봉수를 매제 관계로 바꿨다. 원작은 장인-사위 관계였다. 상황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코미디에 주력했다. 노출 수위를 낮췄다. 자극적인 장면도 최소화했다. 하찮은 욕망에 빠졌다가 허무함을 느끼는 인물을 오롯이 살려냈다.
“‘스물’과 ‘바람바람바람’의 공통점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라는 점이죠. 욕구와 일탈에서 느끼는 쾌감과 허무를 다루는게 재미있어요. 바로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죠.”
이성민은 목소리와 대사 톤이 좋았다. 신뢰감과 장난기가 공존하는 목소리인데,‘바람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이상민은 화려한 이미지를 예상했지만, 이병헌 감독이 만든 캐릭터에 금세 적응했다.
“배우들이 제가 쓴 대사를 잘 살려냈어요. 제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니까 대사가 중요하죠. 한 줄 써놓고 계속 쳐다봐요. 제가 직접 읽어보고요. 약간이라도 이상하면 바꿔요. 세공하는 느낌으로 글을 씁니다.”
‘스물’ 때만 해더라도 젊은 배우와 일하느라 모든 걸 책임져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바람바람바람’에선 이성민, 신하균 등 베테랑과 호흡을 맞추면서 심적으로 편했다. 모든 공을 배우에게 돌렸다.
“다음 작품은 ‘극한직업’입니다. 웃기는데 실패하면 끝나는 영화죠(웃음). 대중적인 정통 코미디 영화니까 기대해주세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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