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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등 뒤에서 길이 닫힐 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다.”(파커 파머)
KBS ‘6시 내고향’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국민안내양’으로 유명한 가수 김정연(50). 그는 최근 인기강사로 구름관객을 몰고 다닌다. 자신의 굴곡진 삶을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김정연의 효 콘서트’가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 등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강연이 이렇게 재미있는줄 몰랐어요. 제게 딱 맞아요. 관객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제가 살아온 인생을 공유하니까 스스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강연과 노래 두 가지를 결합시킨 저만의 ‘효 콘서트’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김정연은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이다. 88학번인 그는 당시 민주화 물결 속에서 민중가요로 세상과 호흡했다. 2년여의 기간 동안 ‘노찾사’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노래의 결’과 ‘사람의 무늬’를 배울 수 있었던 인문학의 학교였다”고 회고했다.
‘노찾사’를 나와 1995년부터 방송 진행자로 활약했다. ‘노찾사’ 시절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어떤 현장에서든 기죽지 않고 취재를 전달했다. 1997년 여름 폭우가 쏟아진 연천에서 재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진행자 상’을 받았다. 13년간 라디오 진행자로 맹활약을 펼쳤다. 라디오를 떠나 ‘세상의 아침’을 통해 TV 진행자로 데뷔했지만, 세 번 출연만에 퇴출됐다. 그때가 서른 일곱 살이었다.
“그 무렵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어요. 어머니가 반대하셨죠. 집안과 연락을 끊었어요.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남편과 함께 여의도에서 삼계탕 식당을 오픈했다. 대박이 났다. 점심시간엔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휩쓸면서 문을 닫아야했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기도 했다. 뭘 할까를 고민하다 ‘노래’와 ‘말’을 제일 잘할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고 소나타를 판 돈으로 트로트 1집 음반 ‘사랑하니까’를 내놓았다. 그때가 2008년, 마흔살이었다.
‘노찾사’ 출신의 유일한 트로트 가수로, 대형 가요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2011년엔 2집 앨범 ‘고향버스’, 2012년엔 ‘국민안내양 김정연의 고향버스 빵빵메들리’, 2014년에는 ‘당신 아니면’, 2015년에는 디스코풍의 앨범을 냈다. 타이틀 곡 ‘세월네월’이 화제를 모았다. 시골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8년간 무려 40여만 킬로미터를 달렸다.
“사업 실패한 뒤부터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아이를 늦게 낳게 됐어요. 2014년 1월에 아들을 얻었어요. 40대 중반의 나이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고 살아요(웃음).”
20대는 노찾사, 30대는 방송 진행자, 40대는 트로트와 고향버스로 살았다면, 50대부터는 강연자의 길을 걷고 있다. 2년전, 지역 방송국에서 토크 콘서트 제안을 받았다. 순탄치 않았던 삶과 자신의 히트곡을 연결해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주니 관객 호응이 높았다.
“제 인생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되더라고요. TV에서 짤리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고, 또 다시 강연자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젊은 시절 어머니에게 불효를 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더 효도하며 살아요. 돌이켜보면, 인생의 퍼즐이 맞춰졌어요. 강연을 하기 위해 그동안 힘들게 살았나 싶기도 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해요. 아픔을 견디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려요. 저를 보세요. 저도 극복했잖아요. 혹시 지금 삶이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저를 보고 힘을 얻으세요.”
한편 김정연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5월 24일 서울 영등포 아트홀에서 ‘김정연의 행복 효 콘서트’를 연다. 공연 수익금은 또 다른 어르신들의 효 콘서트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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