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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김나라 기자] 배우 유태오가 러시아 영화 '레토' 출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유태오는 칸영화제를 통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영화계에 등장한 배우다. 출연작 '레토'(Leto)가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무려 15년에 가까운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봤다. 오늘(19일) 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레토'는 유력한 수상 후보작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제 기간 직접 만난 유태오는 훤칠한 비주얼에 남다른 입담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아버지와 간호사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독일 교포 2세다.
유태오는 "'레토'는 내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라며 "너무 좋다. 난 15년 동안 무명의 배우였다. 칸영화제라는 자리가 운동 선수로 치면 올림픽의 무대이지 않은가. 경쟁부문이라는 결승전까지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 안 난다"라고 얼떨떨한 심경을 드러냈다.
과연 그는 어떻게 '레토'의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일까. 이에 대해 유태오는 "2010년인가 독립 영화 '하나안'을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봐서 연출을 맡은 박루슬란 감독님에게 따로 연락을 드렸었다. 그분도 우즈베키스탄 교포 출신이더라. 1981년생으로 나와 동갑이기도 했고 공통 분모가 많았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라며 "그 감독님이 러시아 영화 에이전트 일도 맡고 있다. 그래서 내게 '레토' 오디션 정보를 알려줬었다"라고 말했다.
유태오는 "지난해 5월쯤이었는데, 러시아에서 박찬욱 감독님 수준의 유명 감독님이 빅토르 최의 어린 시절을 영화로 준비 중이라면서 급하게 빅토르 최를 찾고 있다고 알아봐 달라 하더라. 나에게 참여하란 말은 아니었다(웃음). 저 또한 '감히 내가?' 이런 마음이었고. 그런데 친구들이 한번 도전해보라고 부추겼다. 그래서 셀카와 주차장에서 기타 치는 영상을 보내 지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모스크바에서 오디션을 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만반의 준비를 한 채 러시아로 향했다. 유태오는 "빅토르 최의 데뷔앨범 시절을 분석하고 번역도 하고 어떤 감수성을 품고 있는지 해석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했다"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결국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마음을 훔쳤다. 그는 "4시간의 오디션을 마치고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2주 뒤 합격 연락이 왔다"라고 얘기했다.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았다. 유태오는 극 중 고려인 2세 아버지와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 록가수 빅토르 최(1962년~90년)를 연기했다.
유태오는 감독이 원했던 세 가지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다. 그는 "감독님이 빅토르 최 역할에 꼭 한국 사람을 원했고, 두 번째 조건은 어려보여야 하고, 세 번째는 연기 경험이 있었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배우를 찾기 위해 러시에서 우주베키스탄, 미국, 그리고 한국까지 간 것이다. 그러다가 나한테 콜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기에 합격할 수밖에 없었다. 유태오는 "내가 본 빅토르 최는 시적인 요소가 많더라. 그것 때문에 더 조사를 해보니까 화가도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더라.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혼란도 겪었더라. 거기에서 '멜랑꼴리' 같은 감수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감독님도 동의한다고, 좋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내 모습을 설명했을 뿐이었다. 빅토르 최와 공통점이 많았다. 정체성에 관한 혼란과 떠돌아 다니는 삶에 관해서. 나의 뿌리가 무엇인가에 고뇌한 적이 있다. 이런 묘한 멜랑꼴리를 연기 안에서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었다. 유태오는 "러시아어가 많이 어려웠다. 뒤늦게 러시아어로 대사를 해야 한다는 정보를 받고 3주 반 동안 시나리오를 달달 외웠다. 정말 힘들었고 미치는 줄 알았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레토'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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