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넥센 좌타자 김규민의 얼굴을 얼핏 보면 두산 오재원이 연상된다. 날카롭게 기른 콧수염과 턱수염이 꼭 오재원 같다는 게 사람들의 반응이다. 정작 김규민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19일 고척 삼성전 직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재원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1군 통산 34경기 출전의 김규민이 국가대표 출신,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 FA 대박까지 친 내야수와의 스펙과 애당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다만, 김규민은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김규민이구나'라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장정석 감독은 김규민의 재능, 자질을 간과하지 않았다. 운영팀장 등 굵직한 프런트 경험이 빛을 발했다. 부상자가 줄줄이 나오자 조금씩 기회를 줬다. 이정후가 이탈하자 톱타자를 맡겼다.
결과는 대박. 20경기서 타율 0.395 1홈런 16타점 14득점. 장 감독은 "예전부터 눈 여겨 봤다. 군대(현역)에 다녀온 뒤 성숙해졌다. 작년에 2군에서 꾸준히 톱타자로 뛰었다. 작년보다 결과가 잘 나오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감독은 잘 하는 선수를 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규민의 스타일은 확실하다.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자랑한다. 커트 능력도 좋고, 변화구도 곧잘 공략한다. 좌투수에게도 약하지 않다. 5~6번 타순에서도 제 몫을 했다. 그러나 확실히 톱타자와 좀 더 어울린다.
김규민은 "잘 치는 비결은 없다. 타석에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면 삼진을 많이 당한다. 그래서 왼손 투수에게도 잘 맞는 것 같다. 4안타를 쳐도 그저 그렇다"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공 보고 공 치기만 하는 건 아니다. 1군 경험이 별로 없지만, 몸 관리도 철저히 한다. 김규민은 "요즘 체력이 떨어져서 코치님에게 말했다. 쉬라고(경기 전 타격 훈련) 배려를 해주셨다. 덕분에 다시 컨디션을 회복했다.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외야 수비도 나쁘지 않다. 1루수도 병행할 수 있다. 주루도 좋다. 17일 고척 KIA전서는 임병욱의 우중간 깊은 타구에 조재영 3루 코치의 홈 쇄도 저지 시그널까지 어기고 홈을 파고 들어 기어코 세이프 됐다. 사인 위반에도 김규민만의 센스, 결단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넥센은 빛을 발하지 못하다 갑자기 1군에서 포텐셜을 터트린 타자가 적지 않다. 알고 보면 운이 좋은 게 아니라 2군에서, 음지에서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런트와 현장에서 그 선수들을 적절히 배치해 빛을 발한다. 넥센에서 간판으로 성장한 박병호, 강정호를 비롯해 서건창, 김하성이 대표 사례다.
이들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김규민은 이제 그 길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서건창, 김하성만큼 잘 되느냐, 주전들의 복귀에 좌절하느냐는 전적으로 김규민에게 달렸다. 앞으로 숱한 고비와 위기를 만날 것이다. 더구나 조상우와 박동원의 성폭행 혐의와 활동정지로 넥센 분위기는 최악이다. 김규민은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다부진 스윙, 사인미스와 홈 쇄도, 콧수염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의지와 자부심은 확고하다. 여러 악재로 뒤숭숭한 넥센에 피어나는 희망이다.
[김규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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