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광이었다.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KIA 에이스 양현종은 7일 수원 kt전서 시즌 8승을 따냈다. 당시 kt 특급신인 강백호와의 승부가 흥미로웠다. 양현종은 강백호를 중견수 뜬공(1회), 우익수 뜬공(4회), 헛스윙 삼진(6회)으로 각각 잠재웠다.
특히 6회 삼진을 잡을 때 던진 8개의 공이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9일 수원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강백호는 "8개의 공이 전부 직구였다. 그 타석뿐 아니라 그날 양현종 선배님은 내게 거의 직구로만 승부하셨다"라고 떠올렸다.
강백호가 고졸신인 다섯 번째로 시즌 10홈런 고지에 오른 결정적 원동력은 빠른 볼, 즉 패스트볼 공략이다. kt 김진욱 감독도 "백호는 빠른 공에 강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백호도 굳이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패스트볼이라도 양현종의 패스트볼은 남달랐다는 게 강백호의 회상이다. 그는 "양현종 선배님을 상대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그날 거의 직구로 승부하셨는데, (알면서도)도저히 못 치겠더라. 정말 공이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대뜸 "아직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현종 선배님은 내가 봐도 멋졌다. 나중에 뵙게 되면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강백호의 타격 그래프는 한 차례 침체를 겪은 뒤 최근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다. kt는 9~10일 수원 넥센전을 '강백호 데이'로 지정, 대대적인 강백호 마케팅을 벌였다. 강백호를 프랜차이즈 간판스타로 키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백호에게 우호적인 주변환경, 게다가 야구도 잘 되는 요즘, 강백호도 들뜰 수 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강백호는 양현종의 위력적인 패스트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자신을 채찍질할 계기를 잡았다. 다른 구종은 몰라도 패스트볼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더욱 크게 와 닿은 듯하다.
강백호는 양현종과의 승부를 통해 야구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실제 신인이다.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는 "프로에서 뛰는 타자들을 보면 한, 두 가지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 영상도 많이 찾아서 본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의 타격은 정말 대단하다. 그런 타자에 비하면 아직 난 많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강백호에게 패스트볼로만 승부한 양현종의 담력, 구위, 제구력은 왜 그가 KBO 최상위 클래스 투수인지 증명되는 부분이다. 그날 강백호와의 승부를 다시 보면 같은 패스트볼이라도 한가운데로 들어간 경우가 거의 없었다.
1회와 3회에는 강백호의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하이패스트볼이 돋보였다. 범타 유도 목적을 완벽히 달성했다. 6회에는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강백호를 압박했다. 제구와 구위가 받쳐주지 못하면 패스트볼로만 승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와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타자의 맞대결. 올 시즌 중 다시 성사된다면 양현종이 또 다시 패스트볼로만 승부할 것인지, 또 다시 강백호가 당할 것인지, 뭘 느낄 것인지 궁금하다. KIA와 kt의 다음 맞대결은 7월 20일부터 광주에서 열릴 주말 3연전이다.
[양현종(위), 강백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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