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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카바예로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스리백 전술도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경기를 펼친 원인 중 하나다. 칠레 대표팀 시절 3-3-1-3 포메이션을 사용했던 그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메시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익숙한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그를 세우기 위한 변화로 해석된다.
문제는 스리백의 좌우 측면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윙백으로 나선 살비오와 아쿠냐는 상대 공격수를 쫓아가기 보다 앞으로 전진하는데만 집중했다. 이는 스리백의 측면에 커다란 공간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크로아티아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라키티치의 패스를 페리시치가 받아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아르헨티나 골문을 두드렸다. 또한 브리살리코의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헤딩으로 연결하려던 위치도 살비오가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윙백 뒷공간이다. 아마도 크로아티아의 결정력이 좋았던 전반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3-4-2-1 포메이션 : 23카바예로 – 2메르카도, 17오타멘디, 3타글리아피코 – 18살비오(56”파본), 14마스체라노, 15페레즈(68”디발라), 8아쿠냐 – 13메사, 10메시 - 19아구에로(54”이과인) /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크로아티아 4-1-4-1 포메이션 : 23수바시치 – 2브르살리코, 6로브렌, 21비다, 3스트리니치 – 11브르조비치 – 18레비치(57”크라마리치), 7라키티치, 10모드리치, 4페리시치(82”코바시치) - 17만주키치(93”촐루카) / 감독 즐라트코 다리치)
삼파올리 감독이 윙백 시스템을 가동한 가장 큰 이유는 메시가 파고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살비오가 마치 윙어처럼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크로아티아 왼쪽 풀백을 유인해 센터백 사이에 벌어지는 공간을 메시가 이용하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수비형 미드필더 브로조비치가 메시를 사실상 맨마킹 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했다. 실제로 삼파올리의 의도대로 크로아티아 수비는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비오가 올라가고 남긴 뒷공간을 페리시치가 공략했다. 메르카도가 빠르게 커버를 들어와야 했지만, 만주키치를 오타멘디 혼자 커버하게 두는 건 위험했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수비가 펼쳐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삼파올리 감독은 칠레 시절 스리백 전술을 종종 사용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수비는 스리백 사이의 벌어진 공간을 커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반대쪽의 아쿠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크로아티아 윙어 레비치를 막는 것보다 공격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비록 아르헨티나의 위협적인 공격이 왼쪽에서 나왔지만, 그보다 수비적으로 아르헨티나가 더 손해를 봤다. 아쿠냐의 도움을 받지 못한 타글리아피코는 레비치의 전진을 번번이 놓쳤다.
아르헨티나가 3-4-2-1 포메이션을 쓰면서 중앙에 4명(메시, 메자, 페레즈, 마스체라노)의 미드필더가 사각형을 이루며 크로아티아(3명: 라키티치, 모드리치, 브로조비치)보다 항상 1명이 더 많았지만, 수적인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라키티치와 모드리치는 브로조비치 덕분에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크로아티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골이 둘의 발 끝에서 나왔다.
반면 메시는 삼파올리의 스리백 전술에서 방황했다. 익숙한 오른쪽에서 뛰었지만 브로조비치의 압박으로 대부분을 페널티박스 밖에 머물렀다. 6번의 돌파 중 5번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이뤄졌고 1번은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슈팅도 단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가 아이슬란드를 꺾으면서 어떻게든 16강에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 번의 조별리그에서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전술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찾지 못한 듯 하다. 메시를 살리지도,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을 이용하지도 못했다. 되려 전술 변화로 선수들이 혼란만 겪었다. 이대로라면 스리백을 쓰는 나이지리아를 상대로도 반전을 이뤄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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