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좀 궁금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남녀농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 A가 왜 뽑혔고, B가 왜 뽑히지 않았고, C를 왜 기다리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기준에 의해 대표팀을 꾸렸고, 이 대표팀의 방향성과 테마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대한축구협회나 KBO의 경우 굵직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축구, 야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 보도자료 배포와는 별개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 팬들과 소통한다. 반드시 감독이나 선수선발과정에 관여한 권위 있는 대표자가 참석한다.
선수선발을 놓고 팬들이 궁금한 부분을 기자들이 대신 취재해 기사화하면 결과적으로 팬들과도 소통하는 셈이다. 인기 있는 종목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소통과 피드백을 거쳐 여론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팬들이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남녀농구대표팀에 선수선발과 관련, 큰 화두가 있다. 우선 남자대표팀의 경우 2017-2018시즌 MVP 두경민의 탈락, 그리고 허재 감독의 둘째 아들 허훈의 선발이다. 대다수 농구 팬이 궁금해한다.
두경민은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1라운드 홍콩, 뉴질랜드와의 홈 2연전에 출전했다. 당시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검증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가드진에서 클러치능력이 가장 확실한 건 분명하다.
중국, 홍콩과의 월드컵 아시아예선 1라운드 최종 원정 2연전의 경우 훈련소 입소 관계로 대표팀 차출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14일 개막하는 윌리엄존스컵서 추가로 테스트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허 감독의 두경민 제외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선수선발은 전적으로 허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의 권한이다. 업템포 농구를 선호하고 가드지만 공격적인 특유의 성향이 대표팀 색깔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대표팀 간판슈터 이정현과 포지션이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막판 DB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팀 케미스트리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봤을 수도 있다.
허훈 선발도 배경이 궁금하다. 다른 가드들에 비해 대표팀에서 많이 기회를 받은 측면이 있다. 공격전개와 패스능력에선 확실한 강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선 대표팀에 뽑힐 만하다. 그러나 신장이 작아 수비에서 미스매치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과의 월드컵예선 1라운드 홈경기부터 드러났던 약점. 수비력이 좋은 이대성이 부상으로 하차한 상황. 아시안게임서 이 부분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허 감독의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게 아쉽다. 미디어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설명이 없으니 팬들의 오해를 사는 건 어쩔 수 없다. 허 감독은 지난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도 대한체육회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박지수가 화두다. 10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 선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박지수는 현재 WNBA 라스베가스에서 뛰고 있다.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이라도 박지수가 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란다.
그 이면에 대표팀 선발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 심지어 이 감독은 "박지수가 WNBA서 5분이나 10분 정도 뛴다. 그럴 바에야 아시안게임에 뛰는 게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국내 최고 센터다. WNBA서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탈아시아급 센터로 성장해야 한다.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고,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보다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뛰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틀렸다고 단정하지는 못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코멘트였다.
더구나 박지수는 중학생 시절부터 각급 청소년대표팀을 시작으로 수년간 대표팀에 봉사해왔다. 고교 시절에는 청소년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병행했다. 이후 본인의 노력으로 WNBA에 입성했다. 피지컬과 기술의 약점을 업그레이드를 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즉,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박지수가 발전하면 장기적으로 대표팀이 도움을 받는다.
박지수가 자카르타에 가면 9월 FIBA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과 KB에서 보낼 WKBL 2018-2019시즌, 즉 내년 3월 말까지 쉼 없이 강행군해야 한다. 이미 지난 시즌 후 약 1개월 정도 쉰 뒤 WNBA로 넘어갔다. 대다수가 이번 아시안게임 차출은 무리라고 말한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심지어 WNBA 구단이 FIBA 대회가 아닌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에 응해야 할 의무도 없다.
때문에 이 문제는 단순히 라스베가스가 WNBA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아시안게임 기간과 겹친다) 빌 레임비어 감독이 박지수를 대표팀에 보내줄 것인지 말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이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결단을 내리면 된다. 그럼에도 박지수를 원한다면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대표팀 운영에 대한 방향성이 없는 약점만 부각됐다.
소통이 없는 한국농구. 그나마 남아있던 팬들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 아시안게임 남녀농구대표팀의 성적과는 별개로 절차와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두경민(위), 박지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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