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용한 반등이다.
넥센 박병호의 후반기 스타트는 최악이었다. 17일 고척 LG전서 결장했다. 18일 경기서도 두 타석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이미 올스타전서도 한 타석만 들어선 뒤 빠졌다. 전반기 막판부터 왼 손목에 미세한 통증이 있었다.
21일까지 후반기 첫 4경기서 14타수 1안타에 삼진만 8차례 당했다. 물론 그 1안타가 홈런이었다. 그러나 분명 타격 페이스는 정상이 아니었다. 손목 통증이 미세하다고 해도 타격 밸런스, 리듬에 악영향을 준 게 틀림 없었다.
그러나 후반기 첫 4경기 이후 반등했다. 22일 창원 NC전부터 24일 고척 kt전까지 3경기서 13타수 5안타. 놀라운 건 5안타 중 4안타가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최근 3경기서 특유의 몰아치기를 선보였다.
박병호는 타격 밸런스를 완벽히 되찾은 걸까. 홈런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손목통증을 털어냈거나, 미세하게 남아있다고 해도 나름의 요령으로 큰 타구를 생산해내는 감각을 끌어올렸다고 보면 된다. 그 정도의 경험과 애버리지가 있는 타자다.
70경기서 타율 0.320 24홈런 OPS 1.095 67타점 46득점. 훌륭한 성적이다. 종아리, 손목 부상으로 넥센이 치른 100경기 중 정확히 30경기에 나서지 못한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2014~2015년의 52~53홈런 페이스는 아니다. 그러나 40홈런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박병호의 조용한 반등에 어떤 배경, 의미가 있을까. 일단 장정석 감독의 확고한 믿음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주 LG와의 홈 3연전 도중 장 감독에게 "박병호가 잘 하고 있는데, 좀 더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 감독은 망설임 없이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더 바랄 게 없다"라고 답했다. 주축선수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령탑은 없다. 그런데 표정에서 확고함이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박병호로선 이런 환경에서 홀가분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었던 지난 2년간의 미국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 하나. 박병호의 반등은 타선 짜임새, 폭발력의 완성이다. 현재 넥센 타선은 서건창을 제외하면 베스트다. 부진한 외국인타자 마이클 초이스가 4경기 연속 결장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박병호가 폭발하면서 초이스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김규민, 김혜성, 송성문 등 시즌 초반에 발굴한 대체 자원들마저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런 상황서 박병호가 4번 타순에서 강력하게 중심을 잡았다. 타선 전체의 짜임새와 안정감이 생겼다. 또 다른 중심타자 김하성도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후반기 들어 넥센 불펜은 불안하다. 이 부분을 박병호의 강력한 한 방으로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박병호가 매 경기 홈런을 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불펜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중심타자가 팀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막강하다. 25일 고척 kt전만 해도 7회 솔로포로 스코어를 4점차로 벌렸다. 선발 최원태도, 불펜도 심리적 부담을 덜어냈다. 일반적으로 3점차였다면 필승계투조가 8~9회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이승호만 2이닝을 소화하면서 26일 경기를 대비, 에너지를 비축했다.
박병호의 조용한 반등. 5위 다툼을 하는 넥센이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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