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여자농구가 8월 내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가스 에이시스의 성적만 쳐다봐야 할 판이다.
2018 WNBA 정규시즌은 20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진행된다. 라스베가스가 8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면 박지수의 자카르타 아시안게임행은 불가능하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는 2일 현재 12승13패로 9위다. 8위 댈러스 윙스에 1.5경기 뒤졌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이문규 감독은 라스베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 박지수를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라도 자카르타에 합류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문규호는 15일 인도네시아와의 X조 예선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일정에 돌입한다.
때문에 농구협회는 1일 여자대표팀 남북단일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일단 박지수를 포함했다. 지난달 29일 '북측 3명 합류하는 이문규호, AG 비운의 탈락자는'이라는 기사를 통해 남측 3명이 아닌 4명이 제외될 수 있다는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이문규 감독은 7월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당시 "무조건 와야죠"라고 말했다.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합류를 강력히 희망했다. 심지어 "WNBA서 5~10분 뛰는 것보다 대표팀에서 뛰는 게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문규호는 지난주 윌리엄존스컵서 2승3패, 4위에 그쳤다. 일본과 대만A에 무너졌다. 대회를 전반적으로 돌아봐도 제공권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간절히 바란다. 농구협회로선 사령탑의 의중을 외면할 수 없다. 그만큼 여자농구의 경쟁력, 특히 빅맨 스쿼드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누구도 박지수의 컨디션과 건강, 미래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박지수는 청솔중 시절부터 각급 청소년대표팀에 봉사했다. 분당경영고 시절에는 성인대표팀까지 차출됐다. 2016-2017시즌 WKBL에 데뷔한 뒤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갔다. 2017-2018시즌이 끝난 뒤에는 약 1개월만 쉰 뒤 라스베가스 캠프에 합류했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WNBA 2018시즌이 끝나면 9월에는 2018 FIBA 스페인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을 치러야 한다. 월드컵이 끝나면 KB로 돌아가 11월 3일 개막하는 WKBL 2018-2019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이 감독 말대로 박지수가 경기당 10분 내외로 뛴다고 해도 라스베가스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준비하고, 이동하는 걸 감안하면 피로도는 주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박지수는 아직 단 1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서 아시안게임까지 뛰면 피로 누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뛰지 않더라도 탈이 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농구협회와 이문규 감독이 이런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물론 박지수는 라스베가스 캠프 출국 당시 대표팀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대표팀이 부르면 거부하겠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을까. 농구협회와 이 감독이 알아서 박지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 된다.
개인이 대표팀에 무조건 봉사하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이미 박지수는 수 년간 대표팀에 헌신했다. 놓아줄 때는 놓아줘야 한다. 지금이 그 시기다. 라스베가스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박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의 빅맨들과의 긴장감 넘치는 매치업을 통해 하나라도 더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반대로 라스베가스가 정규시즌으로 일정을 마감하면 박지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휴식할 여유를 줘야 한다.
아시아 선수들이 나서는 아시안게임서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세계최고의 선수들만 뛰는 WNBA만할까. 이미 박지수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자랑한다. 각 연령별 FIBA 아시아, 세계대회에 빠진 적이 없었다. 박지수가 아시안게임에 빠진다고 해서 남북농구 화합에 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 박지수의 무리한 차출 의지는 대표팀의 중, 장기운영 틀이 전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농구협회는 모든 A급 국제대회에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려고 한다. 특히 전통적으로 메달이 걸린 아시안게임을 중시했다.
이젠 FIBA 월드컵에 최우선가치를 둬야 한다. 이 기조 속에서 각급 대표팀을 운영하고, 선수들을 관리해야 한다. 백 번 양보해서 아시안게임이 월드컵과 같은 해에 열리지 않거나, 박지수가 WNBA서 뛰지 않는 상황이라면 차출 의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리다.
농구협회는 라스베가스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가 신경을 쓸지 알 수 없다. 아시안게임은 FIBA 공인대회가 아니다. 라스베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8월 말과 9월 초까지 일정을 이어가면 박지수를 대표팀에 보내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일본이 WNBA와 자국리그를 오가는 간판센터 도카시키 라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면 된다. 도카시키는 작년 FIBA 벵갈루루 아시아컵도 뛰지 않았다.
윌리엄존스컵서 제공권에 문제를 보였다고 해서 박지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이다. 장기적으로 대표팀 스쿼드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박지수를 혹사시키는 것보다 제2, 제3의 박지수를 육성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어째서 눈 앞의 국제대회 성적에만 급급할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박지수를 부르고 전력을 쥐어짜서 금메달을 딴다고 치자. 한국 여자농구 현실이 달라질까. 농구로 남북이 화합했다며 박수 몇 번 치는 것 외에 남는 게 있을까. 박지수를 보호하고, 박지수 없이도 플랜B로 국제무대서 버티는 맷집을 키우는 게 훨씬 의미 있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남녀농구 동반우승 이후 한국농구가 업그레이드 됐나. 정반대다. 한국농구는 눈 앞만 볼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성인대표팀보다 각급 청소년대표팀 운영 및 육성이 훨씬 중요하다.
박지수를 보호 및 관리해야 할 농구계 어른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후폭풍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이 박지수에게 너무 큰 짐을 짊어지게 하려고 한다. 8월 내내 라스베가스 성적만 쳐다볼 한국농구 현실이 암울하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한국농구는 시야가 너무 좁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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