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힙합' 첫방, 경쟁 대신 진심…10대들의 '자유선언' [MD픽]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탄탄한 랩 실력, 휘황찬란한 가사, 피 튀기는 경쟁보다 속내를 끄집어낸 진심이 빛났다.

16일 밤 방송된 SBS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방과 후 힙합'에서는 경기도 안성 가온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힙합을 가르치는 MC 김신영과 블락비 피오, '힙합쌤' 래퍼 키썸, 슬리피, 킬라그램, 리듬파워의 모습이 그려졌다.

'방과 후 힙합'은 래퍼들이 '힙합쌤'이 되어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10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랩으로 만들어보는 힙합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최근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 각종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상파도 본격 힙합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다만 '방과 후 힙합'은 실력에 초점을 맞추는 서바이벌이 아닌, 10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곡으로 만들어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차별점을 자신했던 바.

이러한 기획 의도에 부응하듯 이날 방송에서 '힙합쌤'들은 저마다의 각기 다른 교육 방식을 선보였지만 그 끝에는 '나의 이야기'라는 공통된 주제를 강조했다. 슬리피는 랩네임, 시그니처 사운드를 중점으로 삼으며 기본기를 다졌고 킬라그램, 리듬파워, 키썸은 학생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학생들이 랩으로 표현하려는 진심은 다양했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고백하고자 하는 마음,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 담임선생님에게 바라는 점, 공부가 아닌 색다른 경험을 향한 갈망, 따돌림으로 쌓인 상처, 친구들의 놀림을 물리치기 위한 용기 등이 모였다.

특히 킬라그램은 과거 유학 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남학생의 랩을 들으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랩으로 아픔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런 계기로 부모한테도 공개한다는 것이 굉장히 용기 있다"며 "리스펙(Respect)한다. 그게 정말 힙합이다"며 힙합의 의미를 전했다.

전문적으로 랩을 하는 래퍼들보다는 서툰 실력을 보였지만 가사와 이를 내뱉는 표정에는 진정성이 가득했다. 무대 아래에서 무대 위의 친구들의 랩을 듣는 학생들 또한 격한 공감을 표출하하는가 하면,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소통했다.

'방과 후 힙합'에는 치열한 경쟁 구도도, 재미 MSG를 첨가할 만한 디스랩은 없었다. 하지만 랩이 지닌 진짜 '멋'을 뽐내고 10대들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착한 예능으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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