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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김여진이 영화 '살아남은 아이'에서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김여진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30일 영화 '살아남은 아이'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성유빈)과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 성철(최무성), 미숙(김여진)이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죽은 아들이 살려낸 아이의 만남이라는 딜레마로 시작돼 세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라는 축을 두 시간 동안 덤덤하지만 힘 있게 끌어나간다.
김여진은 아이를 잃은 뒤 실의에 빠진 엄마 미숙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인물의 고통을 선정적으료 표현하는 걸 지양하며, 22년 차의 뚝심 있는 연기 내공으로 역대급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감정의 진폭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고스란히 감정에 몰입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진정성을 부여하는 연기력을 펼쳤다.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서 숨을 쉬는 인물의 삶을 고스란히 전했다.
그야말로 인생작을 만난 김여진.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며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 의미를 더했다. 김여진은 "신동석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아주 잘 쓰셨더라. 어려운 역할이었지만 촘촘한 대본 덕분에 가능했다"라며 "한 신, 한 신이 너무 사실적이었다. 실제로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우리가 매일 울고불고하진 않지 않느냐. 어느 날은 덜 힘들고, 어느 날은 폭발하고. 낮엔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다가 새벽에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분도 봤었다. 우리 영화에 이런 감정선이 잘 녹아져 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슬픔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덤덤해서,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본을 읽는 순간, 미숙의 감정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런 작품은 놓치면 안 된다. 미숙과 뭔가 통했고, 이건 내 역할이구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미숙의 감정선에 대해 "미숙은 자식을 잃은 이 슬픔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이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엄마들에게 자식을 먼저 보내면 어떻게 살 거 같냐 하고 물으면, 못 살 것 같은 그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절망감 속에 살아 있지 않은 채 사는 거다. 벗어날 마음도 없고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도 없이 말이다. 그런 미숙이 기현을 만나서 달라진다. 증오했다가 애정했다가. 어떻게 자식 대신 살아남은 아이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냐고 하는데, 그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여진은 "모든 슬픔의 색깔은 다 다르다. 우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를 볼 때 '이럴 것이다' 하는 선입관을 쓴 채 바라본다. 이런 행동은 유가족답지 않아, 이렇게 손가락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살아남은 아이'가 더 사실적인 감정을 보여줄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봤다. 극 중 미숙이 휴대전화를 보던 중 눈물이 터지는 등 엉뚱한 포인트에서 감정이 터지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전했다.
"슬픔을 대상화하지 않는 게 크게는 감독님의 몫이라면, 저는 유가족이라는 설정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어요. 미숙이 매 순간 느낀 감정에 집중해야지, 명제에 빠져선 안 된다고 봤죠. '살아남은 아이'라는 제목만 보고 특정 사건을 언급하시는데, 아무래도 최근 가장 큰 사건이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감당하지 못할 슬픔의 상태에 있을 때, 과연 무엇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애도를 해야 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지 않나 싶어요."
김여진은 "나 역시 제목이 주는 무거움 때문에 '살아남은 아이'의 대본을 쉽사리 펼치지 못했다. 첫 장을 넘길 때도 거절할 거야 하면서 봤다. 사람들은 무겁고 슬픈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내 아픔, 무거움이 있기에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무게가 무거워져서 상처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내가 처음 '살아남은 아이'를 보고 무서워했던 것처럼 보시는 분들도 용기를 내고 봤으면 한다. 우리에겐 아픔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분명 깊게 와닿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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