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쉽게 기선제압을 당했다. 0-8이 그냥 0-8이 아니었다.
허재호의 아시안게임 2연패가 실패로 끝났다. 30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준결승서 이란에 68-80으로 완패했다.
결과적으로 하메드 하다디를 비롯, 2m대 3~5번 포워드, 빅맨이 즐비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직접적인 패인은 리바운드 격차였다. 부상으로 허재호에 합류하지 못한 오세근, 이종현, 김종규의 공백이 느껴졌다.
다만 초반에 0-8로 뒤지면서 쉽게 기선을 제압당한 게 뼈 아팠다. 허재호는 초반부터 이란의 높이와 미스매치를 의식, 2-3 지역방어를 가동했다. 그러나 골밑의 하다디에게 볼 투입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 5반칙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타이트하게 붙어서 상대를 괴롭힐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허재호 수비 강도는 이승현 정도를 제외하면 터프하지 못했다. 이란은 자유롭게 패스게임을 펼쳤고, 하다디 효과를 누렸다. 지역방어의 약점인 공격리바운드 허용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 과정에서 상대를 너무 괴롭히지 못했다.
여기에 턴오버마저 겹치면서 하다디, 니카 바라미 등에게 연속 실점, 0-8로 끌려갔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공격을 이끌었으나 단조로웠다. 라틀리프도 218cm의 바라미를 의식, 외곽에서 중거리슛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했다. 때문에 공격에 성공해도 이란은 체력적으로 데미지가 크지 않았다. 좀 더 많이 움직이면서 라틀리프의 골밑, 이정현, 허일영, 전준범, 허웅의 외곽찬스를 동시에 봐야 했는데, 오히려 이란을 편안하게 했다.
또 하나. 하다디는 33세다. 전성기에 비해 움직임이나 운동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런 약점을 파고 들어야 했다. 라틀리프가 1대1로 막고 이승현이나 주위 수비수가 더블팀에 들어갔으나 효과가 떨어졌다. 지역방어를 펼치면서 더블팀을 할 때 외곽을 포기하더라도 좀 더 하다디를 터프하게 몰아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허재 감독은 2쿼터 초반 수비를 맨투맨으로 바꿨다. 그러나 미스매치 약점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공격에선 이란 장신자들의 스위치 맨투맨에 좀처럼 외곽 찬스를 잡지 못했다. 결국 좀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3쿼터 중반 지역방어로 다시 바꾼 뒤 하다디가 공을 잡을 때 더블팀을 하는 수비를 두 차례 연속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턴오버에 발목을 잡혔다. 다시 역습을 당할 때 적절히 파울로 끊어주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다. 4쿼터 역시 초반에 턴오버를 쏟아내며 흐름을 잡지 못했고, 완패했다.
결과론이지만, 초반에 하다디와 이란 장신 포워드들을 좀 더 터프하게 몰아쳐야 했다. 스위치 맨투맨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방어를 하더라도 공을 가진 공격수에겐 좀 더 터프하게 몰아칠 필요가 있었다. 초반부터 하다디의 체력에 부담을 줬다면 후반에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허재호의 아시안게임 2연패가 물 건너갔다. 완전하지 못한 전력으로 준결승까지 올라오면서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멤버구성의 아쉬움, 수비전술의 2% 부족함, 라틀리프로도 완벽히 채우지 못한 높이 등 약점을 메우지 못했다. 개인기량을 앞세운 필리핀은 넘었으나 조직적이고 높이가 좋은 이란은 버거웠다.
허재호는 내달 1일 동메달결정전을 치르고 귀국한다. 13일 요르단(원정), 17일 시리아(홈)를 상대로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2라운드에 돌입한다.
[허재 감독. 사진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