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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신동석 감독이 장편 데뷔작 '살아남은 아이'로 단박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연출자로 떠올랐다. '올해의 영화'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수작(秀作)을 내놓으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살아남은 아이'는 그가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맡은 작품.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성유빈)과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 성철(최무성), 미숙(김여진)이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죽은 아들이 살려낸 아이의 만남이라는 딜레마로 시작돼 세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라는 축을 두 시간 동안 정교한 드라마로 보여준다.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스토리에, 섬세한 연출로 깊은 여운을 전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극찬을 이끌어냈다. '살아남은 아이'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8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공식 포럼을 비롯해 제20회 우디네극동여화제 화이트 멀베리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제15회 스킵시티디시네마인터내셔널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다음달 10일 열리는 제62회 런던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영예이지만, 신동석 감독은 그보다 개봉 자체에 큰 의의를 뒀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개봉일·상영관을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기 때문. 신동석 감독은 "'살아남은 아이'가 개봉한다는 자체만으로 나한테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배급이 정해진 상태에서 찍은 게 아니었으니까.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개봉 길이 열리기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나눌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라고 밝혔다.
그는 배우들 덕분이라며 그 공을 돌렸다. "최무성, 김여진 두 선배님이 '살아남은 아이'의 시나리오만 보고 선뜻 출연 확정을 해주셨다. 당시 투자·배급도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다른 배우분들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개봉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영화제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때 이분들께 보답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신동석 감독은 "작품은 묵직한데 현장 분위기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밝았다. 워낙 베테랑 배우분들이 모여서 순간 인물에 몰입했다가 노련하게 빠져나오시더라.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추억했다.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까지 캐스팅 1순위 배우들을 모두 섭외, 드림팀을 완성한 만큼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신동석 감독은 캐스팅 이유에 대해 "연기를 너무 잘하시잖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 세 분이 함께 있으면 그냥 연기 앙상블이 좋을 것 같았어요. 한 화면 속에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다양한 감정이 발산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였죠."
신동석 감독은 김여진에 대해 "정말 놀란 부분이 한 번에 역할에 몰입한다. 돌변하는 부분이 있다. 또 신에서 덜그럭거리는 부분을 예리하게 잘 잡아내신다. 선배님이 지적한 부분을 말씀하신 대로 수정해서 해보면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더라. 신기했다"라고 감탄했다.
최무성에 대해서는 "연극 연출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눈빛만 봐도 통했다. 내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고 연기해주시더라. '어떻게 아셨지?' 놀랄 때가 많았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며 굉장히 편하게 해주셨다"라고 얘기했다.
아역 성유빈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동석 감독은 "준비성이 철저한 편인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그대로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느낀 캐릭터의 감정을 살려서 연기한다. 날것의 느낌, 생생하게 캐릭터를 표현하는 매력이 있다.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배짱이 있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살아남은 아이'는 어떤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뉴스에서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하고 주변에서 죽음을 경험하면서 애도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게 계기였죠. 각자에 맞는 방식들이 있는 것인데 우린 상투적인 위로로 다가가 상처를 덧나게 만들잖아요. 그냥 단순하게 성철, 미숙, 기현 세 인물의 변화를 느끼시면서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노력이 완벽한 용서나 화해가 아니라고 해서 과연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지, 어떤 면에선 의미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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