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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명당'이 추석 연휴에 묵직한 한 방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명당'(감독 박희곤 배급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은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종점이다. 앞서 '관상'과 '궁합'이 정해진 자신의 운명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명당'은 땅의 기운을 알아보는 천재 지관과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의 암투를 그린다.
조승우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지관으로서의 강직함과 세도가에 맞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박재상은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자비롭고 인자하다. 그는 마을의 장터가 망해 마을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자 물을 흐르게 하고 말뚝을 박는 등 '명당'이 되는 기운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과거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세도가들의 이권 싸움에 개인적인 감정을 시작으로 사건에 휘말린다.
흥선대원군 역할은 지성이 맡았다. 기존의 여러 작품들에서 심심치 않게 봐왔던 흥선대원군과의 차별점은, 기록에 실린 흥선대원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젊은 시절인 이하응 때의 이야기라는 것. 현 세대에서도 흥선대원군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사실과 허구의 외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그렸다. 자칫 흥선을 미화시킬 우려가 있었지만 기록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넣어, 비뚤어진 욕망을 보여주고 관객들의 몫으로 평가를 넘긴다.
조승우와 지성을 필두로 '명당'에는 '관상'에도 출연했던 백윤식이 조선 최고의 권력을 가진 세도가 김좌근으로 등장해 극의 무게감과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또 조승우와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명당'까지 세 작품 연달아 호흡을 맞추는 유재명은 스크린 속 조승우의 오른팔로 출연하며 웃음을 담당한다. '명당'은 다소 무겁고 진중한 결로 흐르는데, 관객들에게 쉴 틈을 가져다주는 웃음 담당으로서 유재명이 큰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문채원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베일에 감춰진 기생 초선으로 출연한다. 오랜만에 작품에 등장하는 박충선은 정만인 역할로 극의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극 중 김좌근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권력욕과 물욕으로 인해 기를 펼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김병기(김성균)는 섬뜩하고 포악한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앞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보였던 악역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헌종 역의 이원근 또한 유약한 왕을 표현했다지만 발성이나 감정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명당'은 권력욕에 파묻힌 자들의 야망, 이들의 암투에 휘말리는 제3자(송강호, 조승우), 권력을 잡은 뒤의 허망함 등이 '관상'을 떠올리게 한다. '관상'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조승우와 지성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오는 19일 개봉.
[사진 =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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