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벌써 10월이 다가오는데 LG는 아직까지 두산전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맞대결 역시 3-9로 패하면서 두산전 14연패 수렁에 빠진 LG는 어느덧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단 3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LG가 두산전에서 승패 만큼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실책 개수. LG는 올해 두산과의 12차례 맞대결에서 실책 11개를 저지른 반면 두산은 LG를 상대로 단 1개의 실책도 헌납하지 않았다.
분명 LG는 직전 맞대결인 20일 경기에서는 실책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완패였다. 이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LG가 역전을 내준 4회초엔 실책성 플레이들이 나왔다. 정수빈의 땅볼을 잡은 2루수 정주현은 더블플레이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2루로 향하던 오재원을 빈 글러브 태그하면서 선행주자를 살려줬고 최주환의 타구를 파울로 판단한 1루수 김용의는 포구를 포기하면서 허무하게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심판의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일단 타구를 막고 봐야했다. 그렇게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지금 LG의 라인업을 보면 '수비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올 시즌 전만 해도 양석환, 김재율, 윤대영, 김용의까지 1루 요원만 4명이 있어 '행복한 고민'을 할줄 알았지만 정작 올해 가장 많이 1루수로 나온 선수는 김현수였다.
외인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유리몸' 때문에 양석환은 3루 수비에 전념을 해야 했고 김재율은 퓨처스리그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은데다 윤대영은 아직도 "1군 투수들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류중일 감독의 평가를 듣고 있어 '4순위'였던 김용의가 1루수를 맡는 형편이다. 1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는 김현수는 1루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주전 2루수로 도약한 정주현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지만 외야로 전향했던 선수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내야보다는 외야 수비 훈련에 치중했다. 외야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천웅은 투수로 입단했다 외야수로 전향했고 이형종도 투수를 접고 외야수로 변신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채은성은 포수였지만 입스에 시달리다 외야로 전향한 케이스.
센터라인을 지켜야 하는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오지환 역시 오랜 시간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으나 '수비의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유강남은 도루저지율이 .232에 불과하고 오지환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실책 20개를 채운 선수다.
LG의 팀 실책 개수는 90개. 리그에서 5번째로 적은 수치이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라인업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비의 전문성이 떨어져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엉뚱한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내야 백업으로 윤진호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서상우가 끝내기 실책을 저지르는 등의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인다.
류중일 감독이 삼성에 있을 때만 해도 이만 때쯤이면 정규시즌 우승을 바라보면서 LA 다저스의 수비 시스템인 '다저웨이'를 접목시킨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올해 LG에서는 수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이야기가 나와도 대부분 실책에 관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LG에서는 사라진 '짜임새'란 단어를 다시 들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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