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0.129.
넥센 간판타자 박병호의 이번 포스트시즌 타율이다. KIA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 4타수 무안타 1득점,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4차전 13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5득점, SK와의 플레이오프 1~4차전 14타수 1안타 1득점.
9경기 31타수 4안타 타율 0.129 1홈런 2타점 7득점. 심지어 플레이오프 타율은 불과 0.071. 실질적으로 박병호다운 타격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제 결승 투런포 한 방뿐이었다. 그만큼 좋지 않다. 슬럼프가 심각한 수준이다.
넥센은 이번 포스트시즌 득점찬스서 박병호의 침묵으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1~2차전서 SK가 홈런파티를 벌일 때, 넥센은 박병호의 한 방이 절실했다. 익숙한 고척 3~4차전서도 박병호의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박병호의 철저한 침묵에도 넥센은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트시즌 9경기 6승3패. 일방적으로 패배한 건 5안타 1득점에 그친 플레이오프 2차전이 유일했다. 포스트시즌은 승리가 최고의 미덕이다. 넥센은 질 때 지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긴다.
장정석 감독은 거의 매 경기 라인업에 큰 폭의 변화를 준다. 김하성과 샌즈는 중심타선에 머물다 하위타선으로 내려갔다. 송성문과 김규민도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송성문은 5번 타순에도 들어갔다)을 오간다.
상대투수와의 데이터, 당일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적의 라인업을 구축,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 샌즈를 3차전서 처음 상대하는 언더핸드 박종훈을 상대로 7번으로 내렸다. 4차전에는 5번에 배치했고,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5번타자 샌즈는 4차전 결승 투런포를 날렸다.
즉, 넥센 타선은 박병호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어떻게든 최소한의 응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존 3선발에 이승호, 기존 필승계투조에 안우진이 가세한 마운드가 절묘하게 투타밸런스를 맞춘다.
그 결과 어떻게든 이기는 야구를 한다. 포스트시즌 6승을 뜯어보면 결정적 홈런포의 샌즈, 연타석홈런의 임병욱, 결정적 3루타의 김혜성, 롱릴리프로 역투하는 안우진 등 매 경기 영웅이 바뀐다. 어떻게 보면 박병호의 부진이 묻힐 정도로 저력이 있다.
포스트시즌서 중심타자는 항상 엄청난 견제를 받는다. 준플레이오프 당시 한화 투수들은 물론 이번 플레이오프서 SK 투수들도 박병호를 비롯한 넥센 중심타자에게 철저히 코너워크를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더구나 SK 내야진은 플레이오프 내내 철저한 시프트를 펼친다. 3유간에 벽을 쌓는다. 박병호가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박병호 외에도 김하성, SK 제이미 로맥 등이 갖가지 이유로 철저히 침묵한다.
박병호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넥센은 한국시리즈 진출 문턱까지 올라왔다. 박병호가 플레이오프 5차전서 한 방을 터트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그러나 또 다시 침묵해도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 포스트시즌 6승을 통해 입증됐다.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를 계속 4번 타순에 놓는다. 언젠가는 한 방을 터트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SK 배터리는 여전히 박병호를 경계한다. 박병호가 플레이오프 5차전서 어떤 타격을 하든 넥센은 박병호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 역스윕, 그리고 와일드카드결정전 승자가 역대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사례에 도전한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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