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야구에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두산 정수빈의 한국시리즈 1~2차전 타격자세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두 손을 방망이에 감싼 위치와 노브(방망이 끝 동그란 부분) 사이에 주먹 2~3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본래 길게 잡고 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극단적으로 짧게 쥐고 치는 게 인상적이었다.
두 손을 움켜잡는 위치가 노브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스윙 궤적은 짧아진다. 힘은 덜 실리지만, 그만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반면 손을 잡는 위치가 노브에서 가까울수록 스윙 궤도가 커지면서 멀리 칠 수 있다. 대신 정확성은 떨어진다.
선택하기 나름이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간 극도의 타고투저 시대를 보내고 있다. 어지간한 주전급 타자라면 웨이트트레이닝 기법의 발달, 체력 관리의 체계성 향상으로 많은 장타를 때리는 시대다.
물론 전반적인 타격능력이 떨어지는 타자들이 방망이를 짧게 잡고 치기는 한다.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은 강타자들이 반등을 위해 전략적으로 짧게 잡고 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근본적으로 장타력 향상 혹은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물며 장타 한 방이 개별 경기, 나아가 시리즈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단기전서 상위타선에 포진된 타자가 전략적으로 짧게 치는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다. 현대야구는 테이블세터부터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도배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시리즈 1~2차전서 잇따라 2번 타자로 나선 정수빈의 타격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1차전서 3안타 2득점을 올리며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연속안타, 연속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1회말 허경민의 주루 실수가 없었다면 4안타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2차전서는 주춤했다. 4타수 무안타에 내야땅볼에 의한 타점 1개.
정수빈 역시 방망이를 좀 더 길게 잡고 박건우~김재환~양의지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의 화력에 시너지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장타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올 시즌 26경기서 장타율 0.469에 홈런도 2개를 때렸다.
그러나 본래 장타가 주특기가 아니다. 과거부터 정확한 타격과 발 빠른 주루, 넓은 수비력이 더욱 돋보이는 스타일. 이번 한국시리즈서 자신의 기본적인 역량 발휘에 집중하면서, 철저히 팀에 헌신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2번 타자가 정확한 타격으로 출루율을 높이면 배터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 1차전서 팀 득점력이 극대화되지 않았으나 정수빈이 SK를 상당히 괴롭혔다. 팀 타선이 터진 2차전서 정작 자신은 무안타. 그러나 정수빈의 정확도 높은 타격 역시 단기전서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장타, 홈런의 시대.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작전과 출루, 연결, 적시타로 상대를 몰아치는 야구도 충분히 의미 있다. 특히 승리가 최대미덕인 단기전서 다양한 필승공식이 있을수록 승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야구에서 득점을 올리는 방법, 승리하는 방법이 단 하나만 있을 수 없다. 2018년 가을, 정수빈의 짧게 잡은 방망이가 인상적이다.
[정수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