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측불가다.
두산과 SK의 이번 한국시리즈는 지난 몇 년간 한국시리즈 흐름과 좀 다르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사다리식 방식. 한국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팀에 비해 체력적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시리즈 주도권을 쥔 끝에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2010년대에 치러진 한국시리즈서 2015년을 제외하면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이 변함 없이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들었다. 2015년 두산의 우승도 삼성 주축 멤버들의 도박 스캔들이라는 대형 돌발변수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 한국시리즈 흐름이 독특하다. 두산은 정규시즌 이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그런 두산이 두산답지 못하다. 반면 SK는 플레이오프를 5경기 꽉 채워 치렀다. 에너지 소모가 컸다. 그러나 SK다운 야구를 한다. SK의 2승1패 리드.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한국시리즈 직행팀이 1~2차전서 경기감각을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해 부작용을 겪는 모습은 익숙하다. 그래도 통상적으로 2~3차전을 기점으로 투타 응집력을 끌어올렸다. 두산은 2차전서 타격 응집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3차전서 다시 8안타 2득점으로 해결능력 빈곤을 드러냈다.
푹 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의 최대이점이 투수력 비축이다. 포스트시즌은 검증된 투수만 나오는 무대. 심지어 해당 투수 개개인이 완급조절 없이 매 이닝, 매 타자에게 전력투구한다. 포스트시즌 1경기가 정규시즌 2~3경기의 에너지 소모와 맞먹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때문에 푹 쉰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투수들이 서서히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는 플레이오프 승자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1~3차전서 두산 선발투수들은 SK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1차전 조쉬 린드블럼이 6⅓이닝 5실점, 3차전 이용찬이 6⅔이닝 4실점했다. 미리 선발등판 순번을 알고 준비했다. 그러나 100%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2차전 세스 후랭코프가 6⅔이닝 1실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이밖에 두산은 1~3차전서 1개, 2개, 2개의 실책을 범했다. 야구는 언제든, 누구나 실책을 할 수 있다. 실책 5개를 했다고 해서 두산 야수들의 수비력이 저하된 건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촘촘한 디펜스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반대로 SK는 SK다운 야구를 하고 있다. 특유의 홈런 컬러를 유지한다. 1차전서 한동민의 선제 투런포, 6회 박정권의 결승 투런포가 나왔다. 패배한 2차전서 침묵했다. 그러나 3차전서 제이미 로맥의 멀티포, 이재원의 쐐기 투런포가 잇따라 터졌다. 전부 영양가 만점.
심지어 불안한 디펜스도 여전하다. 1차전서 무실책했다. 그러나 2차전서 1개, 3차전서 2개의 실책을 범했다. SK는 정규시즌서 적지 않은 실책을 범하고도 강력한 선발진과 홈런포로 상쇄했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 3차전서 두 차례 내야실책으로 흐름을 넘겨줄 뻔했다. 그러나 메릴 켈리의 강력한 위기관리능력, 8회말 로맥과 이재원의 쐐기포로 승부를 갈랐다. SK다운 야구의 실체.
SK에 가장 고무적인 건 플레이오프를 5경기나 치렀음에도 투타 주축들의 에너지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광현이 1차전을 앞두고 "이기면 체력은 큰 문제 없다. 더운 여름보다 오히려 체력이 덜 떨어진다"라고 말한 게 실전서 입증됐다.
예를 들어 켈리는 2일 플레이오프 5차전서 구원 등판, 2⅔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졌다. 나흘 쉬고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비자책. 물론 정규시즌에 몇 차례 나흘 휴식 후 닷새만의 등판을 소화했다.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큰 포스트시즌 특성상 분명 쉬운 스케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켈리는 1회부터 152km 패스트볼을 뿌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1~2차전 선발 박종훈(4⅓이닝 2실점), 문승원(5이닝 4실점)은 아주 좋은 투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확 무너지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선방했다. 플레이오프를 거친 투수들 치고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불펜 역시 아직까지는 균열이 보이지 않는다. 타자들의 스윙 스피드도 아직까지는 무뎌진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이 흐름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두산이 당장 4차전부터 두산다운 야구를 찾을 수 있다. SK가 4차전부터 갑자기 힘이 떨어질 수도 있다.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의 옆구리 부상, 8일 전국에 비 예보가 있는 것도 중대한 변수다. 두산은 김재환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비로 취소되면 두 팀 모두 한 숨 돌릴 수도 있다. 두산이 선발투수 이영하를 린드블럼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이래저래 이번 한국시리즈는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다. 예측 불가능성이 흥미를 극대화한다.
[두산 선수들(위), SK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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