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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남자친구'의 2%의 부족한 극본을 채운 건 배우 송혜교, 박보검의 청포도 같은 연기 호흡과 박신우PD의 감각적인 연출이었다.
28일 밤 케이블채널 tvN 새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극본 유영아 연출 박신우)가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쿠바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정치인의 딸이자 동화호텔의 대표인 차수현(송혜교)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20대 청춘 김진혁(박보검)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치인 아버지를 둔 차수현은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아온 엘리트 인물로, 갑갑한 환경에 줄곧 갈증을 느껴왔다. 그런 차수현을 무장 해제시킨 남자가 등장했다. 취업 준비생 김진혁. 긍정적인 에너지의 소유자 김진혁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쿠바로 떠나와 4주 간의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했다.
쿠바에서 우연한 사고로 엮이게 된 두 사람은 연속된 우연으로 하루를 함께 보냈고 로맨틱한 쿠바의 정취를 느끼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조금씩 쌓아갔다. 언제나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김진혁의 모습에 차수현은 "청포도 같다"며 웃음 지었다.
그러나 방송 말미, 김진혁이 차수현이 대표로 있는 동화호텔의 신입사원으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고 대표와 신입사원이라는 새로운 관계로 묶일 두 사람의 재회에 로맨스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모아졌다.
'남자친구'는 한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수현과 자유롭고 맑은 영혼 진혁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설레는 감성멜로 드라마로,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통상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닌, 멜로 장르에 쉽사리 흥행이 점쳐지는 경우는 없다. 자극적이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대중에게 두루 사랑 받아온 '로코'가 흥행 장르로 자리 잡은 반면 잔잔한 감성에 주력한 멜로는 마니아층 양산에만 그쳤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달랐다. 톱배우 송혜교와 박보검의 이름이 주는 신뢰 덕이었다. '엔젤 아이즈'와 '질투의 화신'을 통해 감성 연출에 탁월한 능력을 입증했던 박신우PD 공 역시 컸다.
실제 이날 잔잔한 분위기의 '남자친구'를 주도적으로 아울렀던 건 송혜교와 박보검의 노련한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의 스페인어) 호흡이었다. 두 사람은 다소 작위적이고 유치한 대사를 능숙하게 치고 받아내며 캐릭터를 현실로 이끌었다. 이른바 '하드캐리'했다. 이전에도 연기력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던 두 사람이지만 한데 모이니 그 내공이 더욱 빛을 발한 셈이다.
박PD의 감각적인 연출 또한 흠 잡을 데 없다. 한 편의 영화가 펼쳐졌다. 국내 최초 쿠바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남자친구'는 쿠바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면모와 끓어오르는 열정, 생동감 가득한 흥, 속박 없는 분위기를 면밀히 담아내며 다채로운 색들로 표현해냈다. 말레콘비치의 석양을 그린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케 하는 황홀함이었다. 송혜교, 박보검의 운명 로맨스의 서막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시점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을 오마주한 듯한 에필로그는 시청자들이 낭만에 더욱 빠져들도록 도왔다.
다만 '버디버디', '예쁜 남자', '딴따라'를 집필해온 유영아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대사와 두루뭉술한 상황 설정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성 안에 갇힌 여자와 그에게 손을 내밀어 구원자를 자처한 남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멜로 소재다. 남녀주인공의 '신데렐라' 클리셰를 역전시킨 점도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디테일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별함 없이 우연에만 기댄 주인공들 만남은 잦았고 우연에만 기대다 보니 섬세함을 놓쳤다. 더불어 인위적인 대사들이 반복돼 몰입을 종종 흩뜨리기도.
나머지의 빈틈은 배우들과 박PD가 책임졌고 이는 담백함으로 발휘돼 '남자친구'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들과 아름다운 연출의 향연 덕에 드라마에 대한 화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촘촘한 로맨스 서사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tvN 방송화면,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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