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미국에 픽사가, 일본에 지브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오돌또기가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223만명) 기록을 세운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8년만에 ‘언더독’을 내놓았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무장한 ‘언더독’은 유기견을 양산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부터 주체적 자아로 변해가는 동물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식을 흥미로운 모험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유기견으로 운명이 바뀐 강아지 뭉치(도경수 목소리)는 우연히 만난 거리 생활의 고참 짱아(박철민) 일행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차츰 짱아의 라이프에 적응하던 뭉치는 산에서 들개 밤이(박소담) 가족을 만나 새로운 삶에 눈을 뜬다. 소중한 아지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뭉치는 짱아 무리, 밤이 가족과 함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언더독’은 경계를 넘어선다. 이야기는 작은 경계에서 큰 경계로 하나씩 넘어가는 구조로 짜여있다. 인간과 동물, 유기견과 들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언더독’은 마침내 현실의 벽까지 힘차게 뛰어 넘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꿈꾼다. 길 위에서 펼쳐지는 로드무비의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이 영화는 뭉치의 모험을 통해 동물을 소유하고 학대하는 인간을 꾸짖고, 공존의 희망을 간절히 바란다. 떠나는 자만이 새로운 세상을 얻을 수 있다.
두 감독은 본성을 중시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도 청둥오리 초록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려냈다. ‘언더독’에선 버려진 이후에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뭉치의 방황과 도전을 담아 본성에 따라 새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부르제의 명언을 활용한 대사도 인상적이다. 우리도 뭉치처럼 테니스공을 물고 살아왔을 테니까.
여성 캐릭터의 활약도 넉넉하게 담아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잎싹이의 모성애를 깊이 있게 다뤘던 두 감독은 이번엔 밤이 캐릭터를 통해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고 야생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하려는 독립심을 강조했다. 뭉치의 숨겨진 본성을 이끌어내는 밤이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은 현 시대 여성의 위상을 반영한 듯이 보인다. 오돌또기는 언제나 젠더의 균형 감각을 잘 살려냈다.
3D 기법을 활용한 영상미도 뛰어나다. 제작진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3D 애니메이션을 2D 배경에 맞춰 생동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개 사냥꾼과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비롯해 뭉치 일행이 겪는 일련의 모험은 실감나는 영상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철거촌부터 자유로에 이르기까지 사실주의에 입각한 풍부한 질감의 세부 묘사도 인상적이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풍경 묘사 역시 발군이다.
‘선녹음-후작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캐스팅을 먼저 진행해 배우들의 연기를 영화 속 캐릭터에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할리우드 못지 않은 감정선과 얼굴 표정을 살렸다. 자유를 갈망하는 뭉치 역의 도경수, 뭉치와 협력하는 밤이 역의 박소담, 그리고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짱아 역의 박철민의 연기가 도드라졌다. 특히 박철민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달수 역에 이어 또 다시 코믹한 캐릭터를 빼어나게 소화했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언더독’은 잔디마당 야외상영으로 잊을 수 없는 ‘시네마천국’을 선사했다. 뭉치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 불꽃놀이는 관객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뭉치의 모험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넸다.
뭉치는 지금쯤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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