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뭘 제대로 한 게 없었다."
오리온은 올 시즌 DB에 극도로 약했다. 1~3라운드 맞대결서 모두 졌다. 평균 득실마진은 -8.3. 지난 시즌까지 무려 9연패. 추일승 감독은 "글쎄,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특히 저번 원정에선 뭘 제대로 한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DB 이상범 감독은 9일 오리온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상대를 의식하고 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어느 팀을 만나도 우리 농구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감독은 어느 팀을 만나도 균일한 로테이션, 끊임없는 업템포 농구를 추구한다.
농구관계자들 견해를 종합하면 일단 활동량에서 DB가 오리온에 앞선다. 오리온은 DB와 스타일이 다르다. 그러나 멤버구성을 감안할 때 DB처럼 많이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실제 추 감독도 세트오펜스에서 약점을 인정, 빠른 트랜지션을 강조한다. 최근 트랜지션 과정에서 공격 포지션을 잡고 효율적으로 전개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세트오펜스에선 패스워크가 좋은 대릴 먼로가 확실히 중심을 잡는다.
그러나 오리온만의 그 농구가 유독 DB를 상대로 제대로 되지 않았다. 먼로가 건실한 빅맨 리온 윌리엄스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고, 오리온의 약점 가드진의 약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올 시즌 최고의 단신 외국선수 마커스 포스터는 오리온을 상대로 펄펄 날았다.
4라운드 맞대결. 최근 경기력이 좋은 오리온이 흐름을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 전반에는 DB의 근소한 우세. 리온 윌리엄스의 건실한 활약, 슛 감이 좋지 않아도 연계플레이와 확률 높은 돌파에 집중한 포스터. 그리고 이적생 정희원의 깜짝 활약까지. 박지훈, 김태홍 등 국내 롤 플레이어들 역시 DB 특유의 많은 활동량과 업템포 농구를 보여줬다.
오리온이 주도권을 잡은 건 3쿼터 중반이었다. 매치업 존에 DB가 순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역방어의 약점은 공격리바운드 허용이다. 그러나 이날 오리온의 리바운드 응집력은 앞선 맞대결과는 달랐다. DB가 1~2차례 공격리바운드와 골밑 득점으로 흐름을 올렸으나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그 사이 오리온은 먼로가 김진유의 컷인 득점, 허일영의 3점포를 잇따라 도왔다. 최근 슛 감각이 좋지 않았으나, 이날 야투 감각도 괜찮았다. 골밑에 자리잡은 뒤 윌리엄스를 상대로 점수를 연겨하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수비로 DB의 흐름을 차단하고, 공격에서 정미란 스페이스 게임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결정적으로 DB 윌리엄스가 경기종료 8분26초전 4반칙에 걸렸다. 이 감독은 포스터를 투입했다. 먼로에게 더블팀이 들어갔고, 오리온은 DB의 수비 로테이션보다 빠르게 패스게임, 활발하게 찬스를 만들었다. 김강선의 알토란 같은 3점포, 컷인 득점이 나왔다. 먼로는 골밑 공략에 집중하며 DB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결국 이 감독은 3분을 남기고 다시 윌리엄스를 넣었다. 그러나 2분24초전 먼로의 포스트업을 막다 5반칙 퇴장했다. 슈팅핸드를 살짝 쳤다. 이후 1분26초전. 루즈볼을 잡고 치고 나가는 김현호의 손을 김강선이 쳤다. 비디오판독 끝 일반파울. 공을 향한 반칙이었다는 판단. DB가 이 공격권에서 득점에 실패했고, 다음 공격에서 허일영의 중거리포로 승부가 갈렸다. 오리온의 98-92 완승.
오리온이 LG를 8위로 끌어내고 7위에 올랐다. 심지어 6위 DB와의 승차는 단 0.5경기. 오리온이 대역전 6강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달 말 이승현의 합류로 전력이 더욱 강해지는 걸 감안할 때 시즌 막판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먼로. 사진 = 원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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