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형철은 연극 '진실X거짓'에 출연하며 연기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많은 것들을 배웠다. 기본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하니 첫 연극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연극 '진실X거짓'은 '연극열전7' 세번째 작품으로 부부이자, 연인이며, 친구인 복잡한 관계의 네 인물이 각자의 사랑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하고,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그 진실로부터 배신당하는 거짓말의 향연을 그린다. 극중 이형철은 폴 역을 맡았다.
이형철은 "연습 과정에서 '진짜 이걸 외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사 분량이 너무 많다"면서도 "근데 사람이 무섭더라. 때가 되고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 진실 편, 거짓 편 두 작품이다 보니 정말 대사량이 대박이었다"고 고백했다.
대사 소화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역시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하니 달랐다. "배우들이 기본 경력이 20년 이상 된다. 정말 베테랑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잡음 없이 간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형철에게 같은 역을 맡고 있는 김진근을 제외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알리스 역, 로렌스 역, 미셸 역 배우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미셸 역 배우들부터 떠올렸다. "특히 김수현 선배 같은 경우에는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지점도 많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며 "변칙을 쓰지 않는 정공법이 좋은데 수현 선배한테 그런 걸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또 "이도엽 같은 경우 순간 순간 떠오르는 게 많은 것 같다. 계속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하는게 보이고 순발력도 좋다. 코미디에 대한 센서가 남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그런 것들도 보고 배운다"며 "정수영, 양소민 다 무대에서 진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무대에서 어떻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보고 배운다"고 털어놨다.
배종옥, 김정난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다. "배종옥 선배님을 처음 만났는데 왜 사람들이 배종옥 선배님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고 좋은 배우라고 하는지 같이 연기하면서 알게 됐다. 내공의 깊이도 그렇고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는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무대에서 기준을 잡아준다. '나도 저래야 되는데' 싶었다"며 "김정난 씨는 '아 진짜 여자다' 싶었다. 사랑스럽다. 되게 철두철미하고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저는 되게 다큐멘터리 같은 성격이에요. 근데 여기에 다큐멘터리 성격이 너무 많아요.(웃음) 오히려 제가 분위기를 띄우려 하죠. 근데 워낙에 분위기가 좋아요. 무대가 처음이라 처음에 인사할 때 '신인배우 이형철입니다'라고 했어요. 잘 하는 건 둘째치고 이 무대에서 저렇게 큰 배우들한테 누가 되지 않을 정도만 하자고 다짐했죠."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니 작품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진실' 편, '거짓' 편이 나뉘어져 있다보니 다소 헷갈리는 지점도 있고, 더 방대한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데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몰입했다.
그는 "소리내서 읽었을 정도로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근데 두 작품이다 보니 처음 연습할 때는 많이 헷갈려 했다"며 "나중에는 별개로 보니까 되더라. 어떻게 보면 이게 시점의 변화인 것 같다. '거짓' 편은 폴의 시점과 관점에서 본 것 같고 '진실' 편은 미셸 시점과 관점으로 생각하니까 괜찮았다"고 전했다.
"폴 역을 분석할 때 시점으로 하지 않았어요. 폴은 스토리 라인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서 거기에 충실하면 됐죠. 처음엔 작품이 두개라는 걸 너무 간과해서 자꾸 두 개가 엉켰는데 두 작품을 서로 배제하고나니 수월해졌어요."
그렇다면 작품에서 말하는 불편한 진실과 친절한 거짓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저는 평생을 하얀 거짓말을 하고 살았다"고 솔직하게 전한 이형철은 "사실 우리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99%는 그러고 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령 친구가 시험을 못 ?f는데 '괜찮아' 하지, '바보같이 시험도 못 보냐?'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촌스럽게 옷을 입은 친구에게 '그게 뭐냐?' 하는 것보다 '오늘 진짜 멋있다'고 하는 게 좋고요. 다 하얀 거짓말이죠. 제일 기본적인 한국 사람들 거짓말은 오다가다 보면 '밥 한 번 먹자' 하는 게 있고요. 굳이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 나쁠 말을 꺼내서 진실되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죠."
불륜 소재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그는 "맨 처음에 연습하고 할 때는 이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실 불륜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자칫 잘못해서 불륜이라는 소재에만 포커스가 잡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내 "걱정했는데 리뷰 보면 관객 분들이 다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더라"며 "불륜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진실과 거짓을 이야기 한다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플로리앙 젤레르 작가가 천재라고 느껴요. 분명히 불륜 코드를 이용했는데 남는 건 다른 게 남죠. 진실과 거짓에 모든 앞과 뒤, 중간 사람들의 심리와 관계, 상황 등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워낙 기본이 탄탄하니 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형철은 '진실X거짓'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진실X거짓'은 블랙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진짜 코미디다. 코미디입니다. 장르 코미디!"라고 외쳤다.
"'진실X거짓' 이러면 철학적이고 무게감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편하게 웃을 준비 하고 오시면 진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빵빵 터져요. 정확하게 극이 갖고 있는 하고자 하는 얘기들도 분명히 있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니까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메시지도 담겨 있고요."
연극 '진실X거짓'. 공연시간 100분. 2019년 1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MD인터뷰③]에 계속
[배우 이형철. 사진 = 연극열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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