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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제 이야기가 수진이를 위한 최후변론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배우 이시원(32)은 최근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과 관련해 마이데일리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중 현빈(유진우 역)의 전처이자 박훈(차형석 역)의 아내 이수진 역으로 분한 이시원은 성숙하고 지적인 외형적인 이미지를 지녔지만 깊은 이면에는 상처로 곪아 비극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는 인물로 활약했다.
드라마 밖에서 만난 이시원은 이수진과는 상반된 매력을 발산했다. 처연하고 우울함이 짙었던 이수진의 분위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해사한 미소를 머금고 기자와 만난 그는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자신의 인생 전반 및 가치관을 늘어놓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또한 손쉽게 이해할 수 없던 이수진 캐릭터를 향한 깊은 고민과 분석의 흔적이 역력했다. 실제 이수진 캐릭터는 방영 내내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전 남편의 절친과 결혼한 여성이었고, 그로 인해 여러 갈등이 촉발됐기 때문.
이에 이시원은 편집된 서사로는 느낄 수 없는 이수진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의 근거를 또렷하게 전달하려 애썼다. 이수진에게 느끼는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기자의 말에 이시원은 "보면 볼수록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다. 제 인터뷰가 수진이를 위한 최후변론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진심 어린 바람을 드러냈다.
▲ 전 남편의 가장 절친한 친구와 결혼한 설정이고 불륜이다. 시청자들이 인물의 감정에 공감을 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
"솔직히 대본 리딩할 때부터 어려운 걸 알았다. 작가님, 감독님도 어렵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이수진을 이해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다들 '유진우 같은 남자를 두고 왜 바람을 피냐'고 하시지 않나. 저 역시 그랬지만 여자의 인생으로 살펴보면 공감대를 느낄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수진은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한 기업의 사모님으로서 얻는 책임감과 직위 때문에 자신을 잃었다. 또 유진우는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인간이다. 아내의 손을 놓친 것도 잊은 채 말이다. 그래서 수진이는 공허했고 외로웠다. 그 때 차형석이 숨구멍 같은 존재였을 거다. 가장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사람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엔 일반적인 관계는 결코 아니다. 연기하는 배우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인물에 접근했나.
"수진이는 전사가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등장했다. 차형석이 죽고 나서부터 시작되지 않나. 그래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고통스러웠던 결혼 생활 안에서 그나마 같은 편이었을 형석이가 죽고 나서 느꼈을 수진의 고통은 절망의 끝이었을 거다. 또 사람이 너무 슬프다 보면 원망할 대상을 찾는다고 하지 않나. 그 대상이 유진우였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수진의 절망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무너진다면 얼마나 무너질 수 있을까'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슬픔이 광기가 되고 분노가 되는 그 과정을 말이다. 절망에서 시작한 수진이가 치욕을 거쳐, 결국은 성장한 살아있는 캐릭터라고 이해했다."
▲ 유진우를 원망하다가도 그를 향해 눈물을 쏟아낸다. 무슨 의미였나.
"(차)형석이가 죽고 나서 가장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진우와 수진이다. 대학 때부터 함께 해왔던 세 사람이기에 감정이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이해해주지 않고,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수진이는 진우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있었을 거다. 또 한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나. 그래서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캐릭터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을 때, 그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기분이 묘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수진이를 미워하는 게 드라마에 잘 몰입을 해주셔서 나온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진우와 희주를 응원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저는 거슬리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제 존재가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잘 부각됐던 게 아닐까 싶다. 진우에게 수진이라는 지울 수 없는 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희주의 존재가 어두운 곳에서 비친 햇살로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이시원이 생각하는 이수진 캐릭터의 결말은 무엇인가.
"결국 수진이는 자신이 지닌 모든 재산을 기부하지 않았나. 아들에게 물려주기 싫어했고, 그게 수진이 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수진이가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 전까지 수진은 강한 여자는 아니었다. 심약하고 불안한, 히스테릭한 존재였다. 그러나 역경을 통해서 성장했고,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여자가 됐다. 더 단단하고 씩씩한 여자가 되어서 앞으로를 살아나가지 않을까. 16부작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큰 불행을 맞이한 여자다. 그걸 견뎌내느라 수고했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tvN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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