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맞대결 5승2패. KB가 WKBL의 새 시대를 만들고 있다.
KB가 박지수 입단 세 번째 시즌만에 WKBL을 접수했다. 자체적인 전력 업그레이드, 외국선수 제도의 변화, 우리은행의 쇠퇴와 외국선수 선발 실패가 맞물렸다. 결국 우리은행과의 정규시즌 맞대결서 5승2패로 우세했다. 우승은 시간문제. 잔여 4경기 중 2경기만 이기면 챔피언결정전 직행.
외국선수를 1명만 활용한다. 박지수를 보유한 KB가 상당히 유리한 시즌이다. 나머지 팀들은 카일라 쏜튼을 국내선수가 막아야 한다. 박지수의 성장, 염윤아의 영입, 강아정, 심성영, 김민정 등 롤 플레이어들의 역할 분담까지. KB는 시즌을 소화하면서 점점 강력해졌다.
6라운드까지 평균 2~3점차 승부였다. 그러나 7라운드 맞대결은 KB의 15점차 완승. 심지어 우리은행이 기량이 떨어지는 크리스탈 토마스 대신 준수한 외국선수 모니크 빌링스를 영입했음에도 반전은 없었다. 그래서 23일 맞대결은 의미가 컸다.
우리은행 역시 쏜튼을 쉽게 제어하지 못한다. 특유의 스피드와 탄력을 바탕으로 한 속공전개와 마무리는 아무도 못 막는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시절에는 외국선수와 매치업됐다. 그러나 외국선수가 1명인 올 시즌, 그리고 박지수가 있는 KB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 외국선수, 즉 빅맨이 박지수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박지수는 시즌 중반 이후 승부처서 무섭게 포스트업을 하며 팀에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상대가 박지수에게 더블팀을 하면 쏜튼의 활동공간은 더 넓어진다.
결국 쏜튼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국내선수와 매치업된다. 어느 순간에 몰아치면 KB가 승기를 잡는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쏜튼을 잘 막아왔다. 우리은행 입단 후 김정은의 수비력은 많이 끈끈해졌다. 쏜튼 역시 "김정은은 좋은 선수"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김정은도 30대 초반이다. 40분 내내 쏜튼을 정상적으로 묶는 건 불가능하다. 위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경기도중 빌링스에게 쏜튼 수비를 맡겼다. 그러나 외곽수비가 어색한 빌링스의 쏜튼 수비는 사실상 실패. 위 감독은 "쏜튼을 제대로 막기 힘들다"라고 인정했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임영희의 노쇠화, 박혜진의 부상 여파로 예전의 승부처 극강의 클러치 능력, 수비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박혜진의 경우 좋지 않던 발목은 좋아졌다. 그러나 최근 오른 엄지손가락을 다쳐 슛 밸런스를 완전히 잡지 못한다. 반대로 KB는 염윤아가 박혜진을 어느 정도 제어한다. 안덕수 감독은 "염윤아의 수비와 클러치 득점의 영향력은 박혜진의 그것과 같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2대2에서 KB가 우위를 점한다. 우리은행은 새 외국선수 모니크 빌링스와 임영희, 박혜진이 2대2를 한다. KB가 제법 잘 봉쇄한다. 안 감독은 "골밑에선 헷지 백, 외곽에선 스위치와 로테이션"이라고 했다.
박지수는 WNBA를 경험하며 2대2 수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강아정은 "지수가 헷지를 잘 해줬다"라고 말했다. 실제 스크린에 박지수의 헷지와 다른 선수의 도움수비로 순간적으로 더블팀이 될 때, 빌링스는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또한, 박지수는 스크린에 반응하지 않고 골밑에 기다렸다가 빌링스의 돌파에 정확히 수직 점프, 저지했다. 블록슛이라는 최후의 무기도 있다. 그렇다고 빌링스의 외곽슛이 매우 정확한 것도 아니다. 박지수를 외곽으로 쉽게 끌어낸 뒤 다음 찬스를 창출하기에도 쉽지 않다. KB로선 지난해 임영희-나탈리 어천와에 비해 우리은행 2대2 봉쇄가 용이하다.
반면 심성영과 박지수, 강아정과 박지수의 2대2는 우리은행이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다. 박지수가 스크린을 걸고 골밑으로 빠진 뒤 공중으로 띄워주는 패스를 다시 잡아 마무리하는 걸 우리은행이 알고도 막지 못한다. 빌링스는 물론 김소니아, 김정은 역시 신장은 박지수에게 미치지 못한다. 박지수를 향한 염윤아와 강아정의 감각적인 패스가 그만큼 좋은 측면도 있다. 우리은행이 2대2 수비에 치중할 때 쏜튼이나 국내 외곽 롤 플레이어에게 찬스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때 강아정, 심성영의 외곽슛이 터지면 박지수, 쏜튼의 공격과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킨다. 결국 우리은행은 KB 내, 외곽을 동시에 막는게 어렵다.
결국 이런 이유들로 KB의 우위가 입증됐다. KB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쏜튼은 "강아정이 서로를 믿자고 말한다. 하던대로 하자고 말한다. 서로 믿으면서 약속을 지킨다"라고 말했다. 강아정은 "우리은행만 만나면 터프샷이 잘 들어간다. 더 집중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에 반전이 있을까.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칠 가능성이 큰 우리은행의 고민은 체력이다. 만 39세의 임영희, 예년 같지 않은 슛 밸런스의 박혜진, 30대 초반으로 접어든 김정은의 체력회복속도가 빠르지 않다. 물론 유독 우리은행이 올 시즌 KB전을 이틀만의 경기로 치른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관계자들은 "체력적으로 불리한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를 거치면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은 KB에 비해 가용인원이 적다. 주축들의 나이는 많다. 전반적으로 개개인의 컨디션이 예년 같지 않다. 리바운드와 골밑 수비가 되는 김소니아는 외곽슛이 부정확하다. 박다정은 한 방이 있지만, 수비력이 농익지 않았다. 아직 우리은행 특유의 간결한 농구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박지현까지. 우리은행이 반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주도권은 KB로 완전히 넘어갔다. 물론 선수들 몸 관리, 승부처 판단력, 운영능력이 남다른 위성우 감독의 단기전 역량이 변수다. 그러나 기본적인 전력, 가용인원, 체력에서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위 감독은 시즌 초부터 "KB가 전력에서 한 수 위"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KB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박지수와 쏜튼의 조합, 영리한 염윤아와 강아정, 심성영이라는 슈터. 리바운드와 활동량이 돋보이는 김민정까지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구축한 KB. 또 다른 관계자는 "여자농구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KB-우리은행전 장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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