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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은 이른바 '막장' 전개, 자극적인 연출 등으로 매회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열연을 펼친 배우들을 향해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배우 오아린(8)의 존재감이 막강했다. 오아린의 능숙한 연기와 사랑스러움은 시청자들이 '황후의 품격'에 시선을 고정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오아린은 대한제국 황실의 공주, 아리 공주로 분했다. 극중 소진공주(이희진)의 딸로 알려졌지만 사실 황제 이혁(신성록)과 강희(윤소이)의 태어난 자식으로,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도 날렵한 눈치로 황실 어른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이다. 오아린은 이러한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똑 부러진 연기로 아리 공주를 완성시켰다.
26일 서울 여의도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오아린은 영악한 아리 공주의 모습은 지우고, 여느 아홉 살 또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맑은 분위기를 풍겼다. 대신, 연기와 작품 이야기에 있어서는 작품 속 영리하고 당찬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 오아린이다.
최근 '황후의 품격' 촬영이 끝난 뒤 게임, 그림, 책 읽기 등의 휴식과 광고 촬영을 병행 중이라는 오아린은 "전작인 '언니는 살아있다'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셔서 기분이 좋다"라며 해맑게 웃음 지었다.
"동네 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세요. 한번은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황후의 품격 아리 공주지?'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셨어요. 다음날 또 먹고 싶어서 갔는데, 음료수가 없다고 옆 가게까지 가셔서 가져다 주셨어요. 언니, 오빠들도 많이 알아봐요. 어떤 언니는 저한테 선물도 줬어요."
특히 오아린의 닭똥 같은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극중 황후인 오써니(장나라)가 그리워 흘렸던 눈물은 이른바 '폭풍 눈물' 연기로, 어떠한 이질감도 없이 드라마에 스며들었다. 눈물 연기 비법은 '할머니'와 '엄마'였다.
"제가 연기하러 갈 때면 친할머니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아린아 파이팅. 응원할게'라고 말씀하세요. 저는 그게 감동적이에요. 그걸로 감정을 잡았어요. 그걸 떠올리면 눈물이 나요. 또 엄마가 할머니가 된다는 상상을 하니 슬펐어요. 계속 똑같은 생각을 해도 슬픔은 안 사라졌어요."
빠듯한 드라마 촬영 스케줄임에도 힘든 걸 전혀 못 느꼈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 오아린은 "밤 촬영도 많았지만 저는 밤에 찍는 게 낮보다 더 좋았다. 더 예쁘게 나온다. 밤에는 제가 쌍꺼풀이 생긴다. 그냥 너무 다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대신 베테랑 배우들도 소화하기 어려운 사극 장르만의 고어와 발음은 아홉 살 배우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어마마마' 발음이 어려워서 계속 연습했다고.
"제가 처음 사극을 한 거라서 '어마마마'의 'ㄴ' 받침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까 쉬워졌어요. 주동민 감독님은 저한테 '역시 정말 잘한다. 연기 천재다'라고 칭찬해주셨어요. 매일요. 김순옥 작가님도 연기에 대해서 계속 알려주셨고, 촬영 끝나고 나서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잘했다'라고 칭찬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오아린의 연기력에 주동민 PD의 요구도 점차 많아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2018 SBS 연기대상에서 청소년 연기상을 놓쳤다. 많은 이들이 오아린의 수상을 점쳤던 터라 아쉬움이 컸지만 당시 오아린은 MC 신동엽의 주도 아래 가상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아역상을 놓쳐서 아쉬웠지만 어마마마(장나라)랑 최진혁 삼촌이랑 아바마마(신성록) 모두가 상을 받아서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그 날 제가 학교를 다녀왔는데 독서로 최우수상도 받았었거든요. 최우수상을 받고 나서 시상식에 간 거라 괜찮아요."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다. 미술과 발레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던 오아린의 요즘 관심사는 글이다. 쉬는 동안 주로 책을 읽는다는 오아린은 "언젠간 작가와 감독도 꼭 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연기가 제일 재미있다"라고 강조하며 웃었다.
"저는 할마마마(신은경)처럼 연기를 잘 하고 싶어요. 연기도 배우고 싶고요. 그리고 저한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을 걸 챙겨주셨어요. '연기 천재'라는 칭찬을 들으면 너무 기분 좋은데 연기한 지 6년밖에 안 됐어요. 너무 과찬이에요. 너무 큰 칭찬이라는 뜻이에요."
오아린이 오랜 시간 '황후의 품격'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황후의 품격' 많이 봐주시고 아리공주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아리공주 연기 잘한다고 매일 매일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연기를 잘 하고 싶어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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