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빈, 널 72초만 만나기엔 그 시간이 너무 아쉬워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제 안의 또 다른 저를 꺼내서 보여드릴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대중에 아직은 낯선 이름인 배다빈(26)은 72초 TV '바나나 액츄얼리 시즌2'로 짧지만 강렬하게 우리와 처음 만났다. 사랑에 빠지고, 실연에 아파하는 여주인공 '다빈'의 삶을 배다빈은 꾸미지 않고 하늘하늘한 바람의 흐름처럼 연기했다. 파격적인 수위의 연기도 있었으나 "날 믿어달라"는 감독의 설득에 작품만 바라봤다.

"72초 TV로 제일 많이들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그땐 연기를 잘 몰랐으니까, 연기에 대한 부담을 못 느꼈나봐요. 다만 절 뽑아주신 만큼, 잘 보여드려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연기했어요."

푸른 바다가 마냥 설레는 소녀처럼 발부터 담그고 본 배다빈은 이후 SBS '키스 먼저 할까요', KBS 2TV '추리의 여왕 시즌2',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거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의 거친 파도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갔다.

그리고 배다빈은 "연기를 하며 나를 찾았다"고 했다.

"육남매예요. 가족들이랑 전부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살았어요. 오빠가 있긴 한데, 맏딸이라서 가족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동생들 챙기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진짜 하고자 하는 게 뚜렷하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리고 무작정 한국에 왔어요. 가족들한테는 딱 2년만 기회를 달라고 말씀 드리고요."

한국에 와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전까지 마주한 적 없던 새로운 바다에 다가갔던 그 순간, 그 순간의 설렘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배다빈이다. 단역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광고를 찍게 되고, 72초 TV에 출연을 하고, 드라마들을 촬영하고, 어느덧 MBC '나쁜형사'까지 출연했던 배다빈. "학창시절, 돋보이거나 튀는 행동 못하던, 조용하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던" 아이가 한국에서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헤엄을 시작한 것이다.

"다빈은 많을 다(多), 빛날 빈(彬)이에요. 생일은 크리스마스 이브고요. 아빠, 오빠, 막내까지 12월에 생일이라서 다함께 케이크 초를 불어요. 행복했던 순간이요? 동료들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랑 같이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요. 그리고 제 안의 또 다른 저를 꺼내서 보여드릴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또 다른' 배다빈이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다. 과연 언제쯤, 어떤 새로운 모습을 한 채 뭍 위로 얼굴을 내밀지, 수 천 번의 72초를 기다리고 기다려 본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SM C&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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