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신적 지주다."
KB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염윤아를 영입할 때 외부에선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목표라면 가드진 보강이 반드시 필요했다. 심성영의 미스매치, 경기운영의 약점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염윤아가 하나은행 시절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건 아니었다. 물론 2017-2018시즌 팀 사정상 1~4번을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로 농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는 있었다. 하지만, 검증의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염윤아 효과'는 기대이상이다. KB의 뼈대는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다. 존재 자체로 13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이다.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염윤아 효과가 KB 곳곳에 스며들며 팀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든 건 분명하다.
염윤아는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많다. 이를 바탕으로 대인마크 센스와 돌파력, 루즈볼 다툼, 스틸, 허슬플레이에 두루 능하다. 이 특성이 KB에 마침맞다. 기본적으로 높이의 박지수, 국내선수와 상대하는(시즌 막판에는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쏜튼에게 외국선수들을 붙였다) 쏜튼의 미스매치 공략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만 집중하면 팀 전체적인 활동량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그럴 때 염윤아가 풀어주는 부분이 크다.
실제 올 시즌 KB의 정규시즌 우승 과정을 보면, 잘 풀리지 않을 때 염윤아의 공격리바운드, 공을 살리는 허슬플레이, 스틸과 속공, 터프샷으로 좋은 흐름을 탄 게 수 없이 많았다. 우승을 확정한 3일 KEB하나은행전만 해도 1쿼터 1분30초를 남기고 7점 뒤질 때 염윤아의 많은 활동량, 결정력이 KB의 리듬을 올렸다.
강아정은 "이 팀은 그동안 허슬플레이를 해줄 선수가 없었다. 내가 주장이지만, 코트에서 윤아 언니는 정신적 지주다. 언니가 말 한 마디를 해주는 것도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염윤아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동료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엄청나다.
결정적으로 염윤아는 승부처에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줄 안다. 작년 12월29일 우리은행전 위닝샷을 비롯해 절체절명의 상황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캐치하고 이행한다. 박지수는 "선수들이 윤아 언니를 부처라고 부른다. 일희일비하는 법이 없다. 윤아 언니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염윤아 영입으로 팀 공수시스템이 안정됐다. 포워드 출신 가드다. 177cm의 가드로서 우리은행 박혜진(178cm)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그동안 KB는 박혜진을 제대로 막을 카드가 없었다. 신장이 작은 심성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염윤아의 박혜진 수비로 KB를 상대할 때 우리은행 공격력이 둔화된 측면이 있다.
공격에선 볼 배급과 경기운영에 적절히 개입한다. 그리고 박지수와 2대2를 전개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염윤아와 강아정, 심성영의 역할분담이 불명확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정리됐다. 심성영을 스팟업 슈터로 활용, 강점을 극대화했다. 자연스럽게 강아정의 체력적, 심리적 부담을 덜었다. 염윤아의 존재로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염윤아 역시 도움을 보는 측면이 있다. 상대 수비가 박지수, 쏜튼, 강아정에게 주력할 수밖에 없다. 타 구단 한 지도자는 "잘 하는 건 맞지만, 상대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한 명을 느슨하게 막아야 한다면 염윤아다. 염윤아가 KB에 큰 도움이 되고, 염윤아 역시 KB라는 팀의 도움을 받는다"라고 진단했다.
올 시즌 염윤아는 하나은행 시절에 비해 슛 시도가 늘었다. 35분57초간 평균 9.2점 5.3리바운드 3.5어시스트 2.0스틸로 지난 시즌을 넘어 다시 한번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터프샷의 집중력은 물론, 3점슛 성공률 35.7% 역시 치명적이다.
안덕수 감독은 "염윤아의 공수 존재감은 박혜진급"이라고 말했다. 소속팀 사령탑의 코멘트로서 약간의 과장이 실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최종관문이 남았다. 염윤아의 임팩트를 다시 한번 시험할 수 있는 무대다.
[염윤아(위), 박지수, 강아정과 포즈를 취한 염윤아(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