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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박찬욱 감독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여러 비하인드를 낱낱이 공개했다.
15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방구석 1열'에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출연했다. 세계적인 거장이라 평가 받는 박찬욱 감독은 감각적인 미장센, 독보적인 연출력과 더불어 그동안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을 다수 연출하며 기존의 선입견을 뒤집는 노력으로 끝없는 호평을 받아왔다.
1년 간의 러브콜 끝에 출연한 박찬욱은 이날 자신의 영화 속 여성 세계의 포문을 열어젖힌 작품,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정서경 작가와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박찬욱 사단의 대표 인물, 정서경 작가와 연신 티격태격하면서도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찬욱은 "과거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때는 내가 주도하면서 공동 작가진과 대화 상대 정도였다면 정서경 작가와는 쉼표 하나까지 넣었다 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정서경 작가의 동화적인 면을 많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여성 서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소설을 보면 수사관이 남성이었다. 각색하면서 제가 여성으로 바꿨다는 걸 보면 그 때부터 이미 관심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영화화되지 않았던 제 각본도 왕국의 공주의 성장 스토리였다. 그 때부터 이미 보였던 것 같다"라며 "또 여성 작가인 정서경 작가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역시 그런 면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걸 기대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여성이기 때문에 정서경 작가와 일을 했던 건 아니지만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 와이프와 딸의 영향도 받았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의 영화에서 최초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동시에 박찬욱 영화 세계의 저변을 넓힌 결정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박찬욱은 "이전 영화가 '올드보이'였다. 각본 쓸 때 미도(강혜정)는 아빠인 오대수(최민식)와의 관계를 모르고, 진실에서 소외된 채로 퇴장한다. 여자 주인공만 그렇게 되니 꺼림칙했다. 그래서 결말을 계속 고민했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다음 작품은 아예 여자 주인공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종류의 복수극이 나오려면 여성 주인공이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뉴스를 보다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렸다. 유괴 사건이었는데, 범인이 임신한 여성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정서경 작가는 "'박쥐'와 '친절한 금자씨'를 받았을 때, 뱀파이어보다 유괴범이 쉽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임신한 여성이 범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매력적이었다. 다들 임신한 여성은 유약하다고 보는데, 저는 임신한 여성도 굉장히 사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진 암컷은 굉장히 예민하고 사납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큰 동물에게도 달려든다. 여성애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애 캐스팅 비화도 들을 수 있었다.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후 미안했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 드라마가 중심이지 않나. 이영애 씨가 계속 나오긴 하는데 무게는 그 쪽으로만 쏠렸다. 이후 '봄날은 간다'를 봤는데, 이영애 씨와 유지태 씨가 정말 잘하더라. 저렇게 잘하는 이영애인데, 진가를 다시 세상에 보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마침 이영애 씨도 이제껏 한 영화와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시기가 딱 맞았다"라고 전했다. 실제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기존 자신에게 그려졌던 '대장금' 이미지를 파괴하는 데 굉장한 재미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정서경 작가는 "이영애 씨는 이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당황했을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미팅 때 만났는데 대본이 너덜거리더라. 꼼꼼히 다 이미 연구를 하신 거다. 대본 리딩 당시에도 무거운 느낌으로 톤을 읽으셔서 '사극 같다'라고 말했는데, 곧바로 연기톤을 바꾸시더라"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전히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는 대표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는 박찬욱의 실제 경험담이라고.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 전에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사에 찾아다녔는데 매일 거절만 당했다. 그 때, 제가 아는 사람이 '시나리오를 이렇게 쓰면 안 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말랑말랑하게 써야지'라고 충고하더라. 그래서 제가 저 말을 (했다). 제 평생 가장 폭력적인 말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케 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 1부와 2부 구분을 통해 극에 반전 효과를 주는 것과 관련해 "장르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어떻게 흘러갈지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된다. 하지만 '아닌데? 아닌데요? 이건 이건데?'라고 바꾸면 그 순간 새로운 긴장이 생긴다. 실제 우리 삶이 그렇지 않나. 이건가 싶으면 아니고, 내 인생도 다르게 흘러가고 있고. 그런 느낌을 준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한편, '방구석 1열' 박찬욱 특집은 이날 방송된 '친절한 금자씨' 편에 이어 22일에는 '박쥐' 편이 방영되며 29일에는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편이 방송된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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